[-] 아원은 고통스러워하며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에 '타닥타닥' 빠르게 글자를 입력했다.
[아원] 너무해! 여자 머리를 이렇게 막 잡아당기다니!
[-] 나는 곧장 물러서서 사과했다.
[player] 좀 전에 가짜 아원한테 당한 게 있어서 의심이 드니까…… 실례했네, 미안!
[아원] 일단은 용서해 줄게……
[-] 나와 유엔샤오는 안심하고 아원에게 찻잎을 건넸다. 그런데 아원이 찻잎을 받자마자 돌아서서 빠르게 편의점 입구로 달려가는 게 아닌가, 뒤이어……
[-] 쿠츠지가 편의점에서 나왔다.
[유엔샤오] 무당님…… 이런 친구가 있었어요? 뭔가 생긴 게……
[player] 좋은 사람 같아 보이진 않는데……
[-] 쿠츠지는 손으로 우리에게 'OK' 사인을 보낸 후, 의기양양한 미소로 '아원'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났다.
[-] 헉, 이 익숙한 손짓은 설마 노아 아니야?
그러나 나와 유엔샤오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찻잎 배달 길이 생각보다 많이 험난하다는 것을.
[엘리사] 뽀요용, 늑대 씨의 가방을 물어뜯으면 안 돼!
[유엔샤오] 차향 새끼 양고기……
[player] 유엔샤오, 뽀요용은 먹으면 안 돼!
[이가라시 하루나] 미미! 빨리 뱉어! 그건 캣닢이 아니야!
[player] ……이 고양이가 말랑하고 통통한 발바닥으로 어떻게 가방을 열었는지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어?
[유엔샤오] 와우, 엄청 통통한 치즈 냥이네! 야옹아~ 츄르릅.
[player] 그렇게 고양이랑 노닥거릴 시간 없어!
[이브 크리스] 걱정 마세요, 방금 당신들이 누군가를 쫓는 동안 이 가방은 아무도 안 건드렸어요.
[player] 감사합니다! 엇, 근데 가방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이브 크리스] 아, 어쩐지 한참을 찾아도 안 보이더라니, 방금 산 취두부 맛 찹쌀떡이 밑에 깔려있었네요!
[유엔샤오] 아까 우리가 너무 급하게 뛰느라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내려놨나 봐.
[player] 망했네, 찻잎에도 냄새가 뱄어……
[유엔샤오] 특제 차로 만들면…… 나름대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한나절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 급기야 나와 유엔샤오는 우리를 인터뷰하고자 카메라를 들고 찾아온 테라사키 치호리를 피해서 '죽운' 뒷마당 담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
[-] 착지하자마자 마당에 앉아 주전자를 들고 차를 우려내는 중인 페이밍이 보였다. 그는 담을 넘어온 우리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은 듯했다.
[-] 옆에 앉아있던 메이 매니저는 허둥대는 나와 유엔샤오의 모습에 입가가 살짝 올라갔는데, 꼭 웃음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메이] 유엔샤오 양은 저랑 차 샘플을 확인하러 가시죠.
[메이] PLAYER, 여기 남아서 손님을 좀 모셔줘.
[-] 메이와 유엔샤오가 떠난 후, 넓은 마당에는 나와 페이밍만이 남았다.
[-] 차가 용기를 북돋았는지, 난 정적을 깨고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player] 페이밍 사장님, 그때 저희 사장님한테 주셨던 차는 대체 뭐였나요?
[-] 페이밍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내 앞에 놓인 찻물을 가볍게 따라버린 뒤 끓인 물을 다시 찻잔에 채워 내게 건넸다.
[-] 페이밍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니, 설마 끓인 물에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 싶었다.
[-] 나는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player] 이건 그냥…… 끓인 물 아닌가요?
[-] 페이밍은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찻잔에도 물을 따랐다.
[페이밍] 니가 이걸 물이라 여기면 물이 되는 기고, 차라 여기면 차가 되는 기다.
[player] 관념론 얘기인가요?
[페이밍] 아, 기냥 이름일 뿐이데이, 유물론이나 관념론까지 갈 것도 읎다. 그걸 마이는 순간 니가 뭘 보고, 생각하고, 깨달았는지에 따라 그게 뭐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뿐인기라.
[player] 그럼…… 미나미 사장님은 그때 뭘 보신 거죠?
[페이밍] 본인한테 직접 물어야제. 미나미 사장 잔 속을 남이 어케 들여다볼 수 있겠나?
[페이밍] 아니믄……
[-] 페이밍은 손가락으로 잔을 톡톡 두드리며, 눈으로 나를 한번 쭉 훑었다.
[페이밍] 나중에 '미접다관' 3층의 귀빈이 될 자격이 생기믄…… 저절로 알게 될 기라.
[-] 미접다관' 3층이라…… 문득 전에 쿠츠지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player] 이한시에 정보 조직은 '효' 하나야?
[쿠츠지] 그건 형씨가 어떻게 정의하냐에 달렸지? 단순히 소문을 파는 게 정보 조직이라면…… 하, '미접다관'도 포함되지.
[player] 미접다관'?
[쿠츠지] 무쌍가'에 있는 그 찻집 3층을 다녀간 손님들은 다 혼이라도 빠진 모양으로 나온다는 소문이 있더라. 분명 봐서는 안 될 무언가를 본 거라면서. 그런데 형씨, 믿는 거 아니지?
[쿠츠지] 잠깐만, 형씨, 설마 경쟁업체에 가서 돈 쓸 생각은 아니겠지?!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 페이밍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풍스러운 찻잔 중 사용하지 않은 잔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페이밍] 이 다기는 '미접다관'의 유서 깊은 소장품이데이. 니는 우리 찻집과 인연이 깊으니 잔 하나를 나눠 가질 자격이 있다. 인연이 닿으믄 또 만나제이.
[-] 나는 값비싸 보이는 찻잔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player] 제가 이 귀한 물건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할까 봐 걱정 안 되세요?
[-] 페이밍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서서 떠날 채비를 했다.
[페이밍] 인연이니만큼, 이 찻잔과의 만남과 헤어짐도 다 니한테 달린기라.
페이밍은 남은 다기를 정리한 후 자리를 떠났고, 나는 귀한 찻잔을 든 채 마당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때, 잔뜩 화가 난 유엔샤오가 씩씩대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유엔샤오] 착한사람군! 우리 완전 헛수고했어!
[player] 무슨 일이야? 찻잎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유엔샤오] 찻잎은 괜찮은데…… 우리 사장님 때문에 그래! 본인이 아침 일찍 직접 찻잎 샘플을 가져와서 여기에 있었다구!
[player] 엥, 그럼 우리가 가져온 건……
[유엔샤오] 너네 미나미 사장님이 가게에서 가장 비싼 찻잎 몇 봉지를 주문한 거였어! 성동격서라나 뭐라나 하면서……
[유엔샤오] 이런 걸 왜 빨리 말 안 해준 거야! 하, 정말 화나!
[-] 나는 서둘러 손을 뻗어 꽤 화가 난 듯한 유엔샤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player] 그래도 월급은 제대로 주잖아. 업무 내용은…… 사장님이 결정하는 거지 뭐. 너무 신경 쓰지 마.
[-] 내 말을 들은 유엔샤오가 고개를 들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에 안타까움과 연민이 담겨있는 듯했다.
[유엔샤오] 미나미 사장님이 손해 본 찻잎 몇 봉지는 네 월급에서 뺀다던데……
[player] ……
[유엔샤오] 에? 아휴! 착한사람군, 너도 너무 신경 쓰진 마!
[유엔샤오] 착한사람군……
믿음의 증표 획득: 페이밍이 준 찻잔
categoryStory: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