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까 아이가 마작을 칠 때 조금 이상하게 치는 것 같아 보여서……
혼자서 끙끙대는 것도 좀 그래서, 나는 시라이시 선배에게 의심하고 있는 걸 말했다.
알겠어. 아이가 돌아오면 무슨 일인지 한번 물어볼게.
이렇게나 간단하게요? 제가 헛다리 짚었을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아무리 인생 선배라고는 해도, 마작과 관련된 일은 후배 군한테 한 수 접어줘야 하는걸. 나는 네 판단을 믿어.
이번 판이 곧 끝날 것 같으니까 후배 군 먼저 밥 먹고 있어. 든든히 먹어야 힘도 나지 않겠어?
밥을 다 먹자,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라이시 선배가 아까 전의 일을 언제 아이에게 물어볼지 몰라서 뻘쭘해진 나는, 화장실에 가겠다는 핑계로 시합 시작 전까지 바깥을 돌아다녔다.
부장전 때 상가의 실수로 배만을 방총 당해 하가의 아이들이 2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이번 반장전으로 점수를 크게 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순위는 지킬 수 있었다.
마작실에서 나오자 시라이시 선배가 날 향해 다가오며 아까 전 질문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 사실 어떻게 물어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이가 먼저 나한테 애들 좀 봐주면 안되냐고, 애들을 결승전에 꼭 내보내고 싶다면서 부탁하더라고.
그럼 역시 '고의 패작'을 했다는 소리군요…… 이유는요?
질문을 꺼내자마자 바보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유 같은 건, 애초부터 중요하지 않다. 그 어떤 이유로도 '고의 패작'은 행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이는 아이들이 원하는 결승전 상품인 '장난감 세트'를 주고 싶다고 했어. 우리 점수가 많이 앞서나가고 있으니까, 조금쯤은 양보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나 봐.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거죠?
아, 또 눈썹 찌푸린다.걱정하지 마, 전력을 다할 테니까 말이야.
귀여운 후배가 되려면 이런 문제는 전부 선배한테 맡겨야 하는 거야. 알아들었으면 대기실로 돌아가서 선배 응원이나 해.
말을 마친 시라이시 선배는 등 뒤로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갔다.
나는 선배를 불러세워서 '전력을 다할 테니까 말이야'라는 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결국 물을 수 없었다. 순간, 내가 시라이시 선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라이시 선배의 입에서 내가 듣고싶은 대답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 대기실
돌아오셨네요, 마작 잘 치시던데요. 아까 전엔 너무 빠르게 나가는 바람에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못해서 아쉽네요. 자세한 건 아까 나나 선배가 말해 줬죠?
음.
내가 아이의 눈을 피해 스크린 앞에 앉음과 동시에, 시라이시 나나의 대국이 시작되었다.
(작은 목소리로)전력을 다한다라……
대장전, 동3국, 2본장
리치.
세 바퀴째에 양면 호형 리치…… 아직 단서가 너무 적어서, 다른 플레이어는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겠어.
다시 두 바퀴가 지났음에도 시라이시 선배는 단서가 될 만한 패를 버리지 않았다. 상가는 잔뜩 긴장한 채로 망설이다가, 결국 눈을 질끈 감고선 7삭을 버렸다.
상가는 자신이 오야일 때 성과를 내고 싶어 하기에, 과감하게 나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시라이시 선배가 쯔모로 만관, 심지어 하네만을 하면, 상가는 지금까지 얻은 점수보다 잃는 점수가 더 많을 것이기에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상가가 계속 중얼거리는 것은, 아마 자신의 패가 안전패이기를 바라는 기도일 것이다. 떨리는 손을 겨우 패에서 떼며 시라이시 선배를 힐끔 쳐다본 그녀는, 선배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자 아연실색하다가, 선배가 계속해서 패를 매만지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와…… 일부러 사람을 놀래키시다니 선배도 너무하시네요. 저 사람은 분명 자기가 쏘인 줄 알았을 거예요.
운이 정말 좋네요. 이제 남은 손패가 방총패는 아니지만, 안전패 형태를 만들어가며 수비 하려 하겠죠. 가장 좋은 건 방총패를 쯔모해서 공격을 하는 건데, 이러면 아이들이 확실하게 결승전으로 올라갈 수 있어요!
(작은 목소리로)꼭 하가는 방총을 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네……
하가의 어린애도 안전패 형태를 만들어가며 수비할 생각은 없는지, 시라이시 선배의 리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위험패를 던져대고 있었다. 마침 하가의 손패에 5만이라는 방총패가 있기는 했는데, 4, 5, 5, 6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5만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 후, 상가가 또다시 위험패를 두 번이나 버리며 손에 있는 다수의 패를 정리했다. 그녀의 눈빛엔 '까짓거 해 보자'라는 각오가 담겨 있는 듯했다. 하가는 시종일관 두려울 게 없는 것처럼 아무 패나 던지면서 화료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혼자서 성실하게 방어하는 상대방은, 양옆의 사람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현물을 내며 방어했다. 지금 그 사람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떠다니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아, 텐파이다.
용감한 자에게는 달콤한 보상이 주어진다고 했던가. 상가에게 시라이시 선배와 똑같은 5, 8만 양면 텐파이가 나왔다. 하지만 리치를 외치지는 않는 걸 봐서는 들어오는 패를 보면서 점수를 높이려고 하는 것 같다.
곧이어, 하가도 텐파이가 됐다.
리치!
하가가 점수봉을 던지자, '퍽'하는 소리와 함께 5만이 쓰러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상가는 큰 소리로 '화료'를 외치며 패를 가져갔다.
아앗! 아까워라. 하지만 3판짜리니까, 아까의 배만을 따라잡기에는 한참 멀었어요.
화료.
엇……
하가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시라이시 선배가 손패를 펼치는 모습을 바라보았고, 내 옆에 앉아 있는 아이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미안하지만, 동시 후파이야. 어디보자…… 어라? 뒷도라가 2장이니까 하네만이네.
오야의 3판에 자의 하네만을 더하고, 다시 본장의 수를 더하고 나니, 하가의 팀이 지난 판에 얻은 점수가 완전히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시라이시 선배는 애초부터 아이들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선배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대장전을 치르고 있었다.
조력자를 잃은 하가는 일순간 당황한 듯, 몇 번의 실수를 하며 상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결국, 상가가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하, 전력을 다하겠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평소의 시라이시 선배와 다를 게 없네.
어째서…… 이게 아닌데……
대회가 끝난 후
시라이시 선배가 대기실에 들어오자, 아이는 격분하며 달려들었다.
응? 내가 말하지 않았나?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이야.
제 말을 이해 못하셨나요. 저는……
시라이시 선배는 처음부터 널 도와줄 생각이 없었던 거야. 그걸 꼭 선배가 말로 해야 알아듣는 거야?
지금 선배랑 얘기하고 있잖아! 외부인은 빠져!
아니, 후배 군 말이 맞아. 이기고 싶으면 전력을 다해야지, 어떻게 봐줄 수 있겠어?
……이해가 안 돼요. 그냥 이벤트 대회잖아요? 왜 이렇게 진지하게 하는 거에요? ……이겨야 한다고 해도 점수는 우리가 훨씬 앞서나가고 있었잖아요! 하네만 같은 건 불필요했다고요!
그 어린애들은 그저 '장난감 세트'를 원했을 뿐인데, 나나 선배는 언제나 약자한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으면서, 어째서……
잠깐만. 내가 사람들을 돕는 걸 좋아하는 건 맞지만, "약자한테 손을 내밀어야 한다."라고 말한 건 내가 아닌걸…… 나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야. 그런 멋진 대사는 진짜 영웅이나 하는 거지.
걔네들이 '장난감 세트'를 원한다면, 나는 결승전에서 이겨서 받은 선물을 줄 거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마작을 즐기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고 게임을 즐긴다면 너무 아쉬운 일이잖아.
……그런다고 그 아이들이 기뻐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결승전에 진출할 희망이 보였는데, 상품을 받는다고 정말로 기뻐할까요?
시합에서 진다면, 보통 즐거워하지는 않지.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분해할 수도 있지만, 그 분함은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드는 양분이 되어 줄 거야. 난 그 상품이 아이들에게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어. 물론 다음번에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들면 더 좋고. 그 아이들이 약하다고 해서, 동정심 때문에 결승전에 진출할 기회를 주는 건 옳지 못해.
저, 저는 그런 뜻이……
하하, 긴장할 거 없어. 그런 뜻으로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뭐. 하지만 예전에 내가 널 도와준 게 널 불쌍히 여겨서라고 생각했다면, 그리고 날 자기만족에 빠진 나르시스트라고 생각했던 거라면 난 정말로 속상할 거야.
친절한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어? 자,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이제 결승전을 준비하고 승리해서 '장난감 세트'를 아이들한테 선물해 주자고.
아, 아직 한가지 일이 더 남아 있구나. PLAYER한테 사과하도록 해, 아이.
네에?! 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방금 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벌써 까먹은 거야? PLAYER 이 친구는 우리의 팀원일 뿐만 아니라, 내가 인정한 후배 군이기도 해. 외부인이 아니라고.
감정이 격해진 건 이해하지만, 무례한 말을 했던 건 사과해야지.
선배 말이 맞아. 아이가 사과해야 해.
어렵게 팀을 꾸려서 참가한 대회잖아. 자, 악수하고 화해하자.
너희들, 둘 다 내편 안 들어 주는 거야?! 정말이지…… 아, 알겠다니까!
아이는 토라진 얼굴로 다가와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윽…… 사과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시라이시 선배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그냥 넘어가죠.
안돼.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도록 해.
아, 알겠어요…… (소근소근)빨리 사과하고 끝내자……
후우…… (큰 소리로)미.안.해.요! 아.까.는.말.이.너.무.심.했.어.요!
그래, 바로 그거야! 아주 잘했어!
귀가 쩌렁쩌렁할 정도네…… 굳이 이렇게까지 안 해도 괜찮은데 말이야.
안 돼요. 나나 선배가 저한테 사과하라고 했으니까, 당연히 사과해야죠. 그리고 제가 심하게 말한 것도 사실이니까, 사과하는 건 당연한 거죠.
그럼 왜 그렇게 못마땅해 하는 건데?
그건…… 나나 선배가 당신을 내가 인정한 후배 군이라고 불렀으니까요. 제…… 제가 먼저였는데! 나나 선배를 안 것도, 나나 선배를 가장 존경하는 것도 저인데, '인정한 후배'라고 말한 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어째 경기 때보다 더 진지한 것 같은 느낌이…… 아앗, 옷깃 잡아당기지 마! 시라이시 선배, 이 녀석은 선배가 만들어 낸 괴물이잖아요, 빨리 해결…… 응? 어디 갔지?
선배가 청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두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 않으니, 대회가 끝난 후에 아이들한테 어떻게 선물을 줄지 얘기를 나누고 온다고 했어요.
쳇…… 이 사태를 만들어 놓은 원흉이 도망치다니!
덕분에 결승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난 어쩔 수 없이 아이의 원망섞인 눈빛과 불만의 목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다……
정말로 우리 주는 거야?! 고마워, 누나!
헤헤, 다음에 또 같이 마작 치자.
응! 다음 번엔 우리가 꼭 이길 거야!
결승전이 끝난 후, 우리는 우승 상품과 3등 상품인 '장난감 세트'를 교환했다. 그 후 상품은 약속한 대로 꼬맹이들에게 선물했다.
다른 두 사람은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갔고, 나와 시라이시 선배, 그리고 아이만 남았다.
……애들이 엄청 좋아하네. 게다가 나나 선배를 보는 눈빛이 꼭 영웅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어.
결승전에 가지 못해서 우울해 하고, 마작을 싫어하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지나친 걱정이었나 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시라이시 선배는 자신의 선택대로 상대방을 진지하게 대했을 거야.
흥…… 이번엔 당신이 이겼어요.
이겼다니? 내가 뭘 이겼다는 거야?
분하지만 지금의 저는 아직 나나 선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요. 당신처럼 나나 선배랑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없었으니, 당신이 이긴 거죠.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아까 시라이시 선배가 아이의 편을 들어 줄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과연 아이보다 시라이시 선배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이런 일은 생각해 봤자다. 오늘은 예전보다 시라이시 선배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하지만 언젠간! 저도 나나 선배한테 "아이는 내가 인정한 후배야."라는 소리를 듣고 말 거예요! 절대 안 질 테니까요!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우리랑 같이 안 갈 거야?
아뇨. 앞으론 어떤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지 생각해 보려구요……
시라이시 선배가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돌아왔을 때, 아이는 진작에 떠난 후였다. 아이가 먼저 떠난 이유를 들은 선배는 두 손을 뒤통수에 얹으며 허탈하다는 듯이 웃었다.
엄청 진지한가 보네. 그런 아이를 방해할 수는 없지. 그럼 이제 뭐 할까? 후배 군.
날도 어두워졌는데, 일단 밥부터 먹죠.
좋았어! 하루 종일 고생한 선배한테 밀크티를 사주는 후배가 있다면 더 좋겠는데 말이야.
하하하, 마침 그런 후배가 여기에 있네요.
그럼 빨리 안 가고, 뭘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어?
펄이 가득 들어있는 달달한 밀크티는 확실히 피곤한 몸을 달래기 딱이었다.
아, 까먹고 못한 말이 있어요.
응?
선배는 오늘도 멋지시네요.
헤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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