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なんの根拠もなく人を疑うべきじゃない

Character: 
categoryStory: 

에인의 마을은 사냥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강인한 신체는 전사의 필수적인 조건이었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온 에인에게 있어 건강 문제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에인의 말처럼 여우마다 각자의 특징이 있는 걸지도 몰라…… 사소한 일로 남을 의심하는 건 나쁜 버릇이지.
음…… 일단 에인의 털 빠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은 다음, 같이 마작을 치는 걸로 사죄하기로 하자.
나는 마음 속으로 남은 시간을 잘 계산한 후에 다시 에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사실……
미안해, 에인. 널 의심해서는 안 됐는데, 그냥 네 몸 상태가 너무 걱정되어서 말이 심해졌나 봐.
사실 내 몸은 엄청 건강해, 정말이야!
이치히메의 주인으로서, 멍지로, 잭스, 한나와 엠마의 친구로서, 그리고 Soul과 기도춘의 단골이자 흑표범 모히토와 눈여우 모찌의 친한 친구로서, 건강한 동물이라면 털이 이렇게 많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어. 에인, 내가 걱정할까 봐 그러는 거면 더 이상 숨길 필요 없어.
그래, 그럼 너도 이제 발모제에 대해선 더이상 고민하지마. 네가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분명 빠르게 나을 수 있을테니까.
이렇게 적극적인 걸 보니 나도 안심이야. 그럼 의사한테 진료받을 때 나도 따라갈게.
……의사?
털 빠지는 문제가 이렇게나 오랫동안 해결이 되지 않는 걸 보니, 발모제가 너한테 안 맞는 게 분명해. 마침 오후에 시간이 비었으니까, 같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 보자.
에인은 무슨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난 일방적으로 논쟁의 결과를 선포했다.
그럼 그렇게 됐으니까,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보자고!
병원, 괜한 엄숙함과 조용함이 감도는 공간이다. 병원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소리를 낮추고, 장난꾸러기들도 의사 앞에서는 말썽을 피우지 못하는 장소이다.
나는 에인을 데리고 피부과 진료실의 대기용 의자에 앉았다. 조용히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과는 다르게 여우는 병원 내 옆에서 끊임없이 귓속말을 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피부 전문의 진료비만 2000코인이라니, 하아…… 지갑이 쓰라리네……
코인이 문제라면 내가……
코인 문제가 아냐. 이건 완전히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그 문제에 대해선 병원에 오는 길에 이미 여러 번 이야기 나눴잖아. 병을 치료하지 않으려는 건 잘못된 행위라고.
털이 빠지는 걸 건강 문제라고는 단정할 수 없어. 업무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고, 마작에서 꼴찌를 너무 많이 해서라던가, 밤을 너무 새서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의사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할 거야.
그런 이유였더라면 네 꼬리는 지금처럼 완전히 벗겨지기는 커녕, 나아지는 모습이 보였어야 해. 어쨌든 털이 빠지는 현상을 발견한 지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너도 일과 휴식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었을 거야.
그거라면 PLAYER, 너도 책임이 있어.
그게 나랑 관련이 있다고?
내가 다 나을 때까지 같이 있어 주겠다고 했으면서, 다음 날부터 날 만나 주지도 않는 바람에 하루종일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닌가 엄청 걱정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건 순전히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그 후유증이 온 거야!
……지적할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짚어 봐야 할지 모르겠네. 네 말투와 표정이 진실되기는 한데, 꼬리가 좌우로 흔들리는 걸 보니 그냥 의사한테 가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거라는 게 전부 드러난다고!
전부 핑계인 건 아니거든.
나한테 속마음을 들킨 에인은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곧이어 병원 데스크의 번호를 부르는 기계음이 복도에 울려퍼졌다.
음……
우리 앞에 줄지어 서 있던 환자들이 줄어들자, 에인은 눈에 띄게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검지로 의자 팔걸이를 두드리기도 하고, 어느새 발끝은 이미 입구를 향해 있었다.
에인은 병원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의사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동안 에인이 보인 행동들을 돌이켜 보니 평소 에인의 성격과는 달리 지나치게 이상한 행동들을 보여 주었다. 약국에서 병원까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도출해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