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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きてることが何よりも大切だ。ここまでにしよう

비록 도발하고 있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으나, 쿠츠지의 운전 솜씨는 정말이지 내 가뜩이나 짧은 'HP 바'를 깎아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player]차멀미가 있어서.
[쿠츠지]그것 참…… 아쉽군.
[쿠츠지]그렇다면 우선 목적지까지 가도록 하지.
[쿠츠지]가면 알게 될 거야.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려던 그때,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아침에 본 폭우 경보가 생각났다. 그때는 마작장에 있던 탓에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작스레 내린 비로 온 몸이 흠뻑 젖어 버렸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내 바로 앞에 있는 쿠츠지는 털끝 하나 젖지 않은 상태인 게 아닌가. 분명 둘 사이의 거리라고 해 봤자 고작 10cm 정도일 텐데, 마치 보이지 않는 장막이 서로를 갈라놓은 느낌이 들었다.
난 몸을 쿠츠지 쪽으로 기울이며 어떻게든 비를 피해보려 노력했다. 지금 내 꼴은 아마 저번에 동물원에서 본 물에 떨어져 흠뻑 젖어 버린 원숭이 같은 모습이겠지…… 아니 아니, 이 정도면 거의 스스로를 모욕하는 수준인것 같은데.
[쿠츠지]이봐, 형씨.
[쿠츠지]좀 떨어져 주지 않을래? 형씨 때문에 내 등이 다 젖고 있잖아.
[player]그럼 빨리 좀 가던가! 비가 우릴 쫓아오고 있잖아!
[쿠츠지]형씨…… 여긴 시내라고, 그렇게 과속하면 면허 취소인 거 몰라?
[player]무슨 상관? 내 면허도 아닌데.
[쿠츠지]큭.
결국 어느 지하도를 통과할 때가 되어서야, 우리를 쫓아오던 폭우도 슬슬 사라졌다. 난 흠뻑 젖은 자신과, 겨우 등짝만 조금 젖은 쿠츠지를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player]일부러 그랬지, 방금.
[쿠츠지]억울하네, 형씨. 알잖아. 이한시의 날씨는 괴상하기로 유명하다는 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쿠츠지]뭐, 솔직히 역시 형씨답다고 생각해. 지금이라면 형씨 몸에 어떤 기적이 일어나든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을 정도야.
나를 위로해 주며 운전을 하던 쿠츠지가 멈춰섰을 때에는, 어느새 'Chaque Jour'의 앞에 와 있었다.
[쿠츠지]한 벌 고르라고, 형씨. 내가 건네는 사과의 뜻이니까.
그렇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 간단히 물기를 닦아낸 나는,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격표들을 대충 훑어보곤 쿠츠지를 용서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좋은 파트너쉽이란 뒤끝따위는 남기지 않는 법이니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쿠츠지를 따라 도착한 곳은 '기도춘' 근처에 있는 한 찻집이었다. 요즘 이 근처에 자주 방문해서 그런지 근처 경치도 꽤나 익숙해졌다. 나는 쿠츠지의 뒤를 따라 찻집의 뒷문으로 들어가서, 그대로 2층의 별실로 향했다.
[player]여긴 갑자기 왜?
[쿠츠지]멋진 공연을 보여주러 왔지.
[쿠츠지]여기야말로 최고의 관람석이라고. 공연이 있을 때마다 늘 여길 예약하는데, 경쟁이 저번 경매만큼 치열해.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어 밖을 바라보니, 찻집의 정문 앞 거리가 바로 보였다. 거리에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 저번에 꽃 경매를 하던 그때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쿠츠지]'오이란 퍼레이드'라고 들어봤어?
[player]응.
그러나 쿠츠지는 관심 없다는 듯,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앞에 놓인 접시를 깔짝일 뿐이었다. 잠시 뒤, 그는 그제서야 방금 본 것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쿠츠지]'기도춘'에도 그런 관습이 있지. 정기적으로 길한 날을 고른 다음, 가장 인기 있는 게이샤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서 '기도춘'의 입구부터 이 길의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게끔 해. 이게 바로 기도춘의 '오이란 퍼레이드'야.
[쿠츠지]첫째로는 '기도춘'의 게이샤가 최고라는 걸 과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이 일대가 전부 '기도춘'의 것이며, 가장 뛰어난 게이샤만이 '기도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는 것이지.
[쿠츠지]따라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위치를 과시하는 의미도 있다는 거야.
[쿠츠지]십수 년 전, 아직 소녀였던 토죠 쿠로네가 자신의 재능과 미모로 모든 이들을 압도한 뒤로부터 아직까지 '기도춘'의 주인은 바뀐 적이 없어.
[쿠츠지]그래서 오늘날 '오이란 퍼레이드'를 책임지는 게이샤는 항상 그녀지.
[player]어? 그럼 오늘이 설마, 바로 그 길한 날이라는 뜻이야?
[쿠츠지]정답, 역시 똑똑한 형씨다운걸.
[쿠츠지]상으로 이 '카르다몸'을 주도록 하지.
그러면서 자신이 한참동안 깔짝이던 접시를 내 앞으로 밀어놓았다. 그와 동시에 옅은 두리안 냄새가 풍겨왔는데, 이 접시에 놓인 케이크에서 나는 냄새일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