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책장
[내레이션]6번 책장이 바로 원예 책장이었다.
[player]후우…… 다행이다. 십진분류법은 확실히 편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불편하다고. 표시 같은 거라도 해 두면 좋을 텐데.
[내레이션]눈에 잘 띄는 곳에 '가든 파일'을 놓고, 다시 마이에게 돌아가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마이가 다른 사람에게 '가든 파일'을 들키기 싫었다면, 왜 굳이 도서관에 가지고 온 걸까? 이렇게 실수로 떨어뜨리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 마이처럼 신중한 사람이 이러진 않을 텐데.
[player]찢어진 북커버…… 마이가 책을 함부로 다룰 사람도 아니고.
[내레이션]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됐지만, 걷다 보니 벌써 도착했고, 멀리서 책을 읽고 있는 마이의 모습이 보였다.
[player]미안, 오래 기다렸지?
[아이하라 마이]아…… 괘, 괜찮아요. 마이는 주인님이 돌아오신 줄도 몰랐어요.
[내레이션]책에 푹 빠져 있던 마이는 깜짝 놀라 책을 떨어뜨릴 뻔했다. 언뜻 보니 유명한 연애 시집이었다.
[player]마이는 평소에 시집을 자주 보는 편이야?
[아이하라 마이]가, 가끔 봐요…… 심심할 때 가끔 보는 거예요……
[player]이 책은 연애시가 정말 괜찮지. 고향과 배우자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다룬 시도 괜찮고.
[아이하라 마이]어…… 주인님도 보신 적이 있나요?
[player]"고향의 축축하던 공기와, 어머니의 저녁밥을 먹으라는 외침이 뒤섞인, 내 어린 시절 기억 속 새겨진 숨결……"
[아이하라 마이]마…… 마이도 그 구절이 엄청 좋다고 생각했어요!
[player]그래도 이 작가는 연애시로 제일 유명해. 다른 우울한 연애시랑은 다르게, 마음을 탁 트이게 만들거든.
[아이하라 마이]맞아요! 헤헤, 주인님도 이 책을 좋아하실 줄은 몰랐네요. 놀리실 줄 알았는데 다행이에요.
[player]놀리다니?
[아이하라 마이]그게…… 마이가 초등학생 때 교실에서 이런 책을 읽다가 친구들한테 놀림받은 적이 있거든요.
[player]음…… 여자아이들은 로맨틱한 걸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건데, 그걸 놀리다니 진짜 나쁜 애들이네.
[아이하라 마이]감사해요, 주인님. 하지만 그런 기억 때문에 마이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게 싫어요. 이런 건 몰래 볼 수밖에 없어요.
[내레이션]마이는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토끼처럼 쭈뼛거리며 내 쪽을 쳐다보았다. 연애시를 보는 것도 이렇게 부끄러워하는데, '폴로 교관'은……
[player]괜찮아, 마이! 정성껏 쓴 작품은 그 특유의 매력이 있는 법이야. 내가 아무도 널 비웃지 못하게 해줄게!
[아이하라 마이]네? 아…… 네, 가, 감사합니다, 주인님.
[내레이션]격한 감정을 참지 못한 나는, 오히려 마이를 놀라게 해 버렸다. 어찌 됐든, 예민한 마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난 '가든 파일'의 비밀을 지켜줄 것이다.
[내레이션]그러고선 마이와 함께 6번 책장으로 왔다.
[아이하라 마이]아…… 여기네요.
[player]이것도 원예 관련 책인 것 같은데. 마이, 한번 볼래?
[player]어?
[player]어?
[player]어? 마이 너…… 왜 그래?
[내레이션]마이는 갑자기 감전이라도 된 듯 깜짝 놀라며 내게서 떨어졌고, 덩달아 나도 같이 놀랐다.
[아이하라 마이]죄, 죄송해요. 마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내레이션]마이는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진 채 사과했고, 난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해졌다. 그런데 마이가 오른손을 감싸 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방금 책을 가져오다가 내 손이 마이 오른손에 닿았나 보다.
[player]미안, 내 손이 너무 차갑지?
[아이하라 마이]주, 주인님 잘못이 아니에요. 마이는 그냥…… 갑자기 다른 사람이랑 몸이 닿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아이하라 마이]오해하진 말아 주셨으면 해요! 주인님이 싫다는 게 아니라…… 그게……
[player]괜찮아,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게 있잖아. 마이 필요한 책은 찾았어?
[아이하라 마이]차, 찾았어요.
[내레이션]마이는 아직 '가든 파일'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어떻게 마이에게 알려 줘야 할까?
[내레이션]그러고 보니…… 마이는 안 그래도 방금 일 때문에 혼란스러울 텐데, 이따 '가든 파일'을 보고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player]응?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왜 그러세요? 찾으시는 책이 있나요?
[player]아, 아냐…… 그게…… 여기서 마이가 뭐 가져갔었어?
[내레이션]그제서야 내가 방금 '가든 파일'을 놓았던 자리가 텅 비어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이하라 마이]마이는 계속 여기서 책을 보고 있어서, 그쪽은 아직 못 봤어요.
[내레이션]평소와 똑같은 마이의 반응에, 나도 애써 담담한 척을 했다. 하지만 속으론 '가든 파일'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내레이션]혹시라도 다른 책들 사이에 끼어 있는 건 아닌지 몇 번이나 확인해 보고, 뒤에 있는 책장까지 봤지만, 책은 없었다.
[내레이션]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자, 뒤에서 지적이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노데라 나나하]어서 오세요, 어떤 책을 찾고 계신가요?
[player]오노데라?
[오노데라 나나하]오랜만이에요, 마이.
[아이하라 마이]오랜만이에요, 오노데라 씨. 도서관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요.
[오노데라 나나하]아르바이트 중이에요……
[아이하라 마이]아 맞다, 지난번에 마이한테 빌려주신 책, 마이 다 읽었어요.
[오노데라 나나하]빠르시네요, 그럼 다음 권은…… 다음에 신사 근처에 갈 때 빌려 드릴게요.
[아이하라 마이]아녜요, 다음에 마이가 책 돌려드리러 갈 때 받아 갈게요. 오노데라 씨가 마이한테 빌려주시는 건데, 신사까지 또 오시게 할 수는 없죠……
[내레이션]두 사람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노데라는 책을 상당히 좋아해서, 마이랑 하는 이야기도 전부 책에 관한 것이었다.
[player]너희 원래 책 얘기하던 사이였어?
[아이하라 마이]네, 오노데라 씨가 추천해 주신 책은 다 재미있거든요.
[아이하라 마이]참, 방금 주인님이 찾는 책이 따로 있다고 하지 않으셨었나요? 오노데라 씨가 여기서 일하고 계시니, 한번 여쭤보는 게 어떨까요?
[player]그건…… 내가 다시 찾아볼게. 방금 여길 지나가다가 본 것 같기도 해서.
[오노데라 나나하]이 책장은 방금 정리했어요. 여기 없으면 잘못 꽂혀있던 거라, 제가 원래 자리로 갖다 놓은 거죠.
[오노데라 나나하]도와드릴까요? 책 이름이 뭐죠?
[player]책…… 책 이름…… 그냥 내가 찾아볼게.
[내레이션]마이가 바로 옆에 있는데, 지금 내가 '폴로 교관'이라고 말하면, 마이는 바로 '가든 파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노데라 나나하]십진분류법 아세요? 모르면 찾기 힘들 수도 있어요.
[player]도서 분류법은 이제 익숙해서 괜찮아. 책들은 분류법대로 정리된 거야?
[오노데라 나나하]맞아요, 방금 정리한 책장에……
[player]그…… 그렇게까지 신경 써 줄 필요는 없어! 고마워, 오노데라. 안 그래도 일하느라 바쁠 텐데, 내가 직접 찾아볼게.
[내레이션]빨리 '가든 파일'을 가져와야겠다. '폴로 교관'이 원래 자리로 간 거라면, 십진분류법에 따라 몇 번 책장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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