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ミルクティー

Character: 

[-] 이른 아침, 따뜻한 밀크티 한 잔 만큼 사람을 위로해 주는 건 없지.
[player] 밀크티로 줘. 고마워.
[쿠죠 리우] 알겠습니다.
5분 후
[-] 부엌에서 풍겨오는 차 향기가 잠들어 있던 후각을 깨우기 시작했다. 나는 과자를 물고 주방으로 향했다. 찻물에 우유를 넣고 휘휘 젓는 모습이 마치 물과 구름이 흐르듯 자연스러워,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10분 후
[-] 밀크티의 향기가 점점 더 진해진다. 하지만 조금 진한 것 같은데, 방금 내가 깜빡 조는 걸 보고 일부러 진하게 타는 건가?
20분 후
[-] ……밀크티를 끓이는 냄비를 바라보는 리우의 표정이 진지하다. 이렇게 오래 끓이는 게 리우의 방식인 모양이다.
30분 후
[-]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은데…… 응? 어디서 타는 냄새가……
[쿠죠 리우] ……어라? 오늘 찻잎이 안 좋은 걸까요? 이렇게나 오래 끓였는데 어떻게 냄새가 하나도 안 날수가 있죠?
[player] ……뭐?
[player] ……뭐라고????
[player] 빨리 불 꺼, 어서!
[쿠죠 리우] 휴우…… 감기 때문에 냄새를 맡지 못했던 거네요. 제 차를 끓이는 실력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정말 다행이에요.
[player] ??
[player] 이게 '단순히'와 '다행이다'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야?
[쿠죠 리우] 실례를 했네요. 다시 끓여 드릴게요.
[player]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감기가 심한 것 같은데, 약은 먹었어?
[쿠죠 리우] 별거 아니니 약은 필요없어요. 게다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어요. 약을 먹으면 졸릴 게 뻔해요.
[player] 하지만 치오리가 오늘은 푹 쉬라고 했잖아.
[쿠죠 리우] 안 그래도 쉬려고 했어요. 오늘은 원래 집 안 마루 전체를 두 번씩 닦으려고 했는데……
[player] 닦으려고 했는데?
[쿠죠 리우] 한 번씩만 닦으려고요.
[-] 그게 무슨 쉬는 거야!!
[player] 이대로 두면 안 되겠어.
[쿠죠 리우] 네? 왜 그러시죠? 설마 저보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시는 건가요? 지금 제 능력을 의심하는 건가요?
[player] 오해하지 마. 그런 뜻이 아니야.
[쿠죠 리우] 그럼 잘 보세요. 이깟 감기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요!
[player] 정말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
[-] 해명을 듣기도 전에 리우는 이미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30분 후, 로비
[-] 나는 리우가 느리게 바닥을 닦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며, 입 밖으로 꺼내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쿠죠 리우] 후우…… 오늘따라 방이 큰 것처럼 느껴지네요.
[player] 체력이 평소 같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닐까?
[쿠죠 리우] ……
[player] 하아, 그냥 나한테 줘.
[-] 나는 리우에게서 걸레를 받아 들었다.
1시간 후, 정원
[쿠죠 리우] 이상하네요. 이 화분이 왜 젖어 있는 걸까요?
[player] 그건 아까 네가 물을 줬기 때문이 아닐까?
[쿠죠 리우] ?!
[player] 그쪽으로는 안 가도 돼. 빠뜨린 곳은 내가 물을 줬으니까.
[-] 띵동. 리우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식재료를 가지고 온 배달원이 이상한 눈으로 우리를 훑어보더니, 땀을 닦으며 돌아갔다. 나와 리우는 바닥에 놓여진, 가히 성대한 연회를 열 수 있을만한 양의 크고 작은 봉투들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player] 점심을 대접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로 기뻤는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많지 않아?
[쿠죠 리우] 콜록, 콜록…… 주문할 때 수량을 잘못 입력했나 봐요……
[-] 리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player] 어휴. 그러니까 가서 쉬라고 했잖아.
[쿠죠 리우] 아니에요, 괜찮아요.
[-] 리우는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고집스레 식재료를 주방으로 옮겼고, 나는 그런 리우를 막아 섰다.
[player] 리우,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