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와 그룹을 맺는다.
[player]그럼 지금 서 있는 위치대로 그룹을 나누자. 나랑 소라는 왼쪽, 너희들은 오른쪽으로 가는 거야. 아직 무슨 도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익숙한 사람끼리 그룹을 맺는 편이 서로 도움을 주거나 호흡을 맞추기에 좋을 것 같아.
[미치히토]두 손 들고 찬성! 마사오는 겁이 없으니까, 같이 있으면 덜 무서울 거야.
[마사오]네가 떠들어 주는 덕분이지.
[미치히토]마사오, 너한테 난 대체 어떤 이미지인 거야?!
[마사오]……말로는 설명 못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두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나와 소라는 반대쪽 복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복도는 너무나도 복잡했다. 그렇게 셀 수 없을 만큼의 코너를 돌아서, 우리는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의 배치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마작 버전과 같았다. 바닥은 테이블, 벽은 테이블의 가장자리, 거기에 크고 작은 마작 패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고, 우리 두 사람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옥에 티처럼 보였다.
[수호자]우후후후, 가련한 두 제물 여러분. 두 분을 위해 클리어 규칙을 설명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아마 전 이세계에서 여러분과 마지막으로 얘기를 나눈 녀석이 될지도 모릅니다~ 마작은 이한시에서 전통적인 놀이이지요. 그리고 그건 이세계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열쇠는 이 136장의 마작 패 중에 들어 있습니다.
[player]여기 있는 마작 패들을 다 확인하려면 최소 1시간은 걸릴 거야, 아직 얘기 안 한 중요한 정보가 따로 있는 거지?
[수호자]정답입니다, 정말 총명한 범인이로군요~ 여러분들은 추리를 통해서 열쇠가 숨어 있는 마작 패를 찾아낼 수 있을 거랍니다. 위를 보시면 문제가 보일 테지요.
고개를 들자, 천정에 추리 문제가 하나 새겨져 있는 걸 발견했다. 다만 글씨는…… 도저히 칭찬해 줄 수 없었다.
[player]소라가 가장 잘 하는 추리 문제네, 행운의 여신은 역시 우리 편인가 봐.
하지만 소라는 곧바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저 제자리에 서서,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에 머리가 휘날리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다.
[player]왜 그래, 혹시 몸 상태가 나빠진 거야?
[이치노세 소라]내 몸 상태가 그 정도로 나쁘진 않아, 그렇게 걱정하지 마.
[player]그래도 뭔가 고민 있어 보이는데? 아까 너도 분명히 장치를 발견했을 텐데, 그땐 왜 얘기 안 했어? 여긴 우리 둘뿐이니까, 괜찮으면 나한테 말해 봐.
[이치노세 소라]왜냐면 나도 미치히토랑 친구가 되고 싶기 때문이야.
[player]음…… 그게 이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이치노세 소라]마치 모두가 큐브에 빠져드는 것처럼, 즐거움을 느끼는 건 친구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야. 난 그저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싶었을 뿐이고. 내가 이렇게 하면 걔네들이 더 즐거워할 줄 알았어……
소년은 미간을 찡그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치노세 소라]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내가 또 망쳐 버린 것 같아. 직원이 큐브를 가지고 들어오게 해줬더라면……
[player]하지만 네 장점은 큐브뿐만이 아니잖아. 한쪽으로만 초점을 맞추면 진정한 친구를 만들 수 없어.
[이치노세 소라]응?
[player]사람들은 큐브가 아니라 큐브를 하고 있는 너한테 끌리는 거야. 내가 볼 땐 너한테도 장점이 많아, 수학을 잘 하고, 숫자랑 관련된 문제라면 전부 풀 수 있잖아. 또 책도 많이 읽어서 또래에 비해 훨씬 똑똑하기도 하고.
[player]이 모든 게 네 장점이야. 그러니까 그냥 진실한 모습을 보여 주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너한테 이끌리게 될 거야, 바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치노세 소라]그렇게 쉽다고?
[player]당연하지, 친구를 사귀는 건 원래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냐.
난 평소의 소라를 떠올려 봤다, 수학 올림피아드에서의 자신감, 커피 연구를 할 때의 진지함, 과학 이야기를 할 때의 고양감…… 그 어떤 때에도, 지금보다는 눈부셔 보였다.
이 아이에게는 갈고닦을 수 있는 많은 잠재력이 있다. 누구도 이런 훌륭한 사람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이치노세 소라]그 말은 틀렸어.
[player]어째서?
[이치노세 소라]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천월 신사의 마작실이었어, 그리고 그때 네 마작 상대가 일찍 떠나면서 내가 빈자리로 들어갈 수 있었지. 그땐 네가 먼저 나한테 말을 걸었지만, 사실 난 그전부터 마작 테이블 위에서 빛나던 네 모습에 끌리고 있었어.
[이치노세 소라]고마워 PLAYER,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
소라는 고개를 살짝 들며, 방금 전까지 망설이던 표정을 얼굴에서 지워 버렸다. 난 희미하게 붉어진 그의 귀 끝을 바라보며 방금 그룹을 나눴을 때의 내 선택에 박수를 보냈다.
아, 결국 문제를 풀었냐고? 당연히 나랑 소라의 콤비네이션으로 빠르게 열쇠를 손에 넣었다.
[미치히토]똑똑아, 그럼 이제 난 뭘 해야 할까?
[마사오]이치노세, 이것 좀 봐봐, 이거 네가 찾던 거 맞아?
[미치히토]똑똑아, 빨리 와서 봐봐~
[마사오]이, 이치노세……
이어지는 방탈출 문제 속에, 소라는 스스로의 방식로 반 친구들을 리드하는 데 성공하여 그룹의 핵심이 되었다. 그리고 이 '특급 전력'의 가세로 문제를 푸는 시간도 매우 줄어들어서, 삼십 분 정도 지났을 무렵엔 이미 네 개의 방탈출 문제를 풀고 <이세계 신사>의 마지막 방에 진입했다.
고풍스러운 액자, 거미줄에 얽힌 소파, 낡은 책장…… 바닥의 중앙엔 뭔가 모자란듯하게 그려진 마법진까지, 서서히 펼쳐지는 큰 그물망처럼, 일행은 자신도 모르게 이 구역을 피해서 걷고 있었다.
[이치노세 소라]이건 어딜 봐도 함정 같긴 하지만, 마법진을 완성하지 못하면 통과할 수 없을 거야. 미치히토, 넌 마사오하고 소파랑 액자 부근을 조사해 줘. PLAYER, 나랑 책장을 조사하자. 다들 서둘러, 어쩌면 우리가 신기록을 세울지도 몰라.
[미치히토]문제없어, 우리한테 맡겨.
보통 방탈출의 마지막 방은 수수께끼나 함정의 난이도가 이전에 비해 월등히 높다. 나는 디테일이 승패를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세세하게 책장의 모든 물건을 뒤적이고 있었다.
예상 밖이었던 건, 방의 설계자가 나의 이런 심리를 꿰뚫고 책장에 함정을 설치해 놨다는 것이었다. 함정이 발동되는 소리와 함께 양측 벽이 서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호자]오호? 숨겨진 관문을 찾아내셨군요, 정말 '행운'이네요. 하지만 만약 10분 내로 마법진을 가동하지 못한다면 벽에 찌그러질 수도 있으니, 분발하시기 바랍니다. 하하~
자칭 수호자란 녀석의 말투가 이전과는 다르게 부드러워졌지만, 나는 조금도 웃을 수 없었다. 이런 무서운 함정을 발동시키다니, 어떻게 이것을 '행운'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미치히토]뭐야?! 어떡해 어떡해, 똑똑아…… 살려줘……
점점 가까워지는 벽은 상당한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나조차도 긴장되기 시작했는데, 이 어린 소년들은 오죽할까. 하지만 다행히 소라가 냉정함을 유지하며 모두가 이성을 되찾도록 도움을 줘서 시간을 많이 지체하지는 않았다.
[이치노세 소라]방금 전처럼 나누어서 단서를 찾자. 마법진을 가동해야만 탈출할 수 있어.
[마사오]소파의 쿠션에서 비밀번호 상자를 찾았어.
[player]여기 잘라져 있는 화보를 한 장 찾았어, 비밀번호를 얻으려면 마귀의 심장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쓰여있네.
[이치노세 소라]마귀의 심장소리…… 알았다! 책장에 꽂혀진 심장이랑 관계된 책들의 수량이야.
소라가 비밀번호 상자의 번호를 누른 뒤 그 안에서 모자랐던 마법진 설계도를 꺼냈고, 나는 진의 완성을 도왔다.
[수호자]우후후후후, 진정 탈출한 것입니까. 마왕의 부활 계획은 늦출 수밖에 없겠군요. 인정하긴 싫지만, 교활한 범인들이여~ 현실로 돌아가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출구의 문이 열리자, 점원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밖으로 안내했다. 비록 정말로 우리를 찌그러뜨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방을 탈출한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 자유의 느낌, 좋군.
네 명의 팀원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미치히토는 너무 몰입한 나머지 마지막 함정에서 실신 지경에 이르렀고, 방탈출이 끝나고 나서야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 하지만 미치히토는 다행히 회복이 빨라서 우리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곁에 있던 친구들을 껴안고 환호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때 그의 옆에 있던 사람은 소라였다. 그는 이런 친근한 스킨십이 어색했는지 멋쩍게 발버둥쳐 봤지만, 오히려 더 강한 힘으로 안기게 되었다.
[미치히토]우린 살았어…… 살아남았어!!
[이치노세 소라]그 표현은 잘못됐어, 클리어했다고 해야지.
[미치히토]지금부터 똑똑이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널 찬양할 거야!
[이치노세 소라]…… 콜록, 너무 과한데.
[미치히토]이게 바로 똑똑이와 나의 레벨 차이인가? 우리 다음에도 같이 놀 수 있을까?
[이치노세 소라]당연히 괜찮지.
[미치히토]그럼 방탈출 말고 다른 건? 마작이나 오락실 같은 건 어때?
[이치노세 소라]그래, 문자나 전화로 연락해.
[미치히토]으음, 그럼, 우리 이제 친구인 거지? 난 정말 똑똑이 같은 친구를 사귀고 싶었어.
[이치노세 소라]네가 원한다면, 당연히 친구가 될 수 있지.
강한 힘으로 안겨 있던 소년은, 간신히 약간의 공간을 만들어 진지하게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미치히토]좋아, 최고야! 그리고 마사오도, 너희들은 전부 내 베프야!
[마사오]…… 조용히 좀 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이치노세 소라]안 돼.
[미치히토]응?
품 안에서 벗어난 소라는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왔다, 소라는 내겐 익숙한 입꼬리가 올라간 미소를 지으며, 장난기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치노세 소라]왜냐면 내일은 신사에서 마작을 칠 예정이거든. 맞지, PLAYER?
[미치히토]나도 갈래!
[마사오]넌 안 돼, 방학숙제 아직 안 끝났잖아.
[미치히토]올해 최악의 소식이네……
[점원]실례합니다 손님, 여기 맡겨 두셨던 소지품들입니다, 잘 챙겨 주세요.
점원은 소지품을 돌려주었고, 소라의 핸드폰에 걸려 있던 큐브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굉장히 눈에 띄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큐브를 집어 들어 몇 바퀴 돌리고는 내려놨다.
[미치히토]소라가 큐브를 맞추는 실력은 봐도봐도 놀라워.
이건 소라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친구를 사귀는 방식이다. 과거에 처음 친구를 사귀게 됐을 때에도 큐브의 공이 컸었다. 소라는 손에 들린 큐브를 보더니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치노세 소라]내가 천천히 가르쳐 줄게.
[미치히토]좋았어, 그리고 버퍼즐도 배우고 싶어!
[마사오]나도……
두 사람은 네 사람이 되었고, 귓가의 대화 소리는 더욱 시끌벅적해졌다. 하지만 특별히 시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소라는 여전히 큐브를 애지중지하고 있었지만, 난 그것이 더 이상 친구를 사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두 명의 마작 동료가 늘어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음…… 마작 실력을 더 높일 때가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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