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버텨 본다
[player]그럼 조금 이따 쉬자.
[조셉]My Friend, Are you OK?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거면 좋겠군. 안색이 좋지 않아 보여.
[player]괜찮아. 아마 너무 오랜만에 등산을 하는 거라 아직 적응이 안 돼서 그럴 거야.
조셉은 조금 전부터 일부러 속도를 늦춰서 가고 있었다. 아마 내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겠지.
어렵게 시간 내서 등산하러 왔는데, 너무 신경 쓰이게 하지 말아야겠다.
[player]걱정 마, 이 정도도 소화 못할 정도로 약골은 아니라고. 천천히 가면 괜찮을 거야.
[조셉]……Alright, 너무 무리하지는 마, 우린 그저 놀러 나왔을 뿐이니 말이야. My Friend.
등산이…… 이렇게 힘든 거였나? 한동안 이를 악물고 걸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졸음이 몰려온다.
[조셉]흠흠~♪
조셉의 걸음걸이가 빨라지고 있다…… 아니, 내 걸음이 느려지고 있는 거다. 조금 더 빠르게 걸어야만 한다. 조셉과 계속 거리가 더 벌어지면, 눈 깜짝할 새에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될 테니까.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더 이상 속도가 나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에 빨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부담감 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player]조셉, 꽤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 정상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조셉]어디 보자. 40분 정도 왔으니,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하겠군!
[player]하, 한 시간?!
이, 이게 뭐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란 말이냐! ……아니지, 조셉 입장에서는 확실히 금방 갈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방심했다. 진작 제대로 물어봤어야 했어.
[player]자, 잠깐!
이 상태로 한 시간을 더 간다니, 도저히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셉]응? Oh…… Sorry, 너무 빨리 걸었나? 이 습관은 고쳐지질 않는군. 촬영 중인 프로그램의 스태프들도 눈 깜빡하면 내가 사라진다며 항상 불평을 했었지.
[player]아니, 난 그냥……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조셉]급하게 주저앉지 말고, 물도 조금 이따 마시도록 해. 호흡을 가다듬는 게 우선이야.
[조셉]천천히 호흡의 리듬에 집중해. 자, 이 수건으로 얼굴도 좀 닦고. Hmm…… 땀이 멈추질 않는군. 정말 괜찮은 건가? My Friend.
[player]아, 아마도. 후우…… 호흡, 호흡……
[player]……조금 나아진 것 같아. 조셉, 하늘이 심상치 않은데, 비가 오려는 걸까?
[조셉]비라니? 지금 날씨는 정말 맑다고, My Friend.
[player]이상하네, 하늘이 왜 이렇게 어두워 보이지?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며 눈앞의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온몸을 감싸는 한기가 사지로 흘러들어오며 깊은 바닷속에 잠긴 듯한 착각이 들었다.
손을 내려다본다. 하지만 내 손이 보이지 않는다.
[player]누가 불을 껐나……
……
눈을 떠보니, 주변의 풍경은 이미 해 질 녘 노을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셉]잘 잤나? My Friend.
[player]정말 개운해. 요즘 들어 가장 편하게 잔거 같아.
[player]여기는…… 우리가 출발했던 곳인가?
[조셉]그래, 갑자기 잠들어서 깜짝 놀랐다고. 하하하! 한동안 일어나질 않길래 여기로 데리고 왔지. 아무래도 이곳이 더 편할 것 같아서 말이야.
[player]고마워…… 그런데, 여기까지 어떻게 데려온 거야?
[조셉]업어서 데려왔지. 왜?
[player]아냐. 그냥 궁금해서……
예전에 그가 동료를 공주님 안기 하듯이 안아서 캠프로 돌아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등산하다 기절한 것만 해도 이미 망신인데, 그런 식으로 안겨서 내려오기까지 했다면 창피해서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야만 했을 거다.
[조셉]충분히 쉬고 나니 기운이 넘치지 않나? My Friend.
[player]엿차, 휴~! 확실히 괜찮아졌어. 근데 배가 좀 고픈데. 든든하게 먹으면 이 정도 산쯤은 두 번을 올라도 끄떡없지.
[player]하지만 이미 시간이 늦어 버려서…… 미안해. 나 때문에 제대로 등산도 못하고 말이야. 그런 의미로 저녁은 내가 살게.
[조셉]그런 소리 마, My Friend. 네 상태를 제때 알아차리지 못한 내 탓이 크지. 그러니 저녁은 내가 사야 마땅해.
[조셉]예상치 못한 상황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어. 이곳에 다시 올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작은 트러블 정도로 앞으로의 즐거움을 포기하지는 말자고.
[player]말하다 보니 배가 고파오네, 그럼 맛있는 걸 먹으러 가 볼까. 산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겸 말이야.
조셉은 식사를 할 때면 여행 중에 일어난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 주곤 한다. 이번에는 어떤 신기한 이야기를 듣게 될지 기대된다.
[조지]삑, 삐익!
[조셉]이 녀석, 지금 너한테 얼굴을 비벼대는 걸 보니, 너를 달래 주려는 것 같군.
[player]그런 거구나. 고마워, 조지.
육포 같은 걸 챙겨 왔던 것 같은데, 조지에게 한번 줘 보자…… 잠깐, 내 귀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벌레는 아니겠지?!
전전긍긍하며 손을 갖다 대어 보니 조지가 내 귀에 무엇인가를 비비고 있었다. 가져와서 보니, 동그랗고 반지르르한 푸른 돌이었다.
[조셉]아름다운 사파이어군, 선물까지 챙겨와서 애교를 떨다니. 요 녀석, 나한테는 그렇게 한 적 없으면서.
[player]내가 간식을 줘서 보답하고자 한 게 아닐까? 선물은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지. 자, 이 육포는 이제 다 네 거야, 조지.
[조지]삑~!
[조셉]산 정상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훌륭한 물건을 얻었으니 축하할 만한 가치는 있겠군~
[player]물론 축하는 제대로 해야겠지. 먹고 싶은 거 있어? 골라 봐.
이 돌멩이는 아름답긴 하지만, 조셉이 말한 것처럼 보석으로 분류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만일 정말 등산만으로 이런 귀한 물건을 주울 수 있었다면, 지금 바로 복권을 사러 가도 될 수준의 운이었겠지. 하지만 선물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축하하도록 하자.
[앵커]긴급 속보입니다. 최근 이한시를 방문한 E국의 왕실에서 여행을 즐기던 중 반지에 끼워져 있던 보석을 분실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player]어렵게 방문한 참에 그런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리다니, 운이 정말 나쁘구만. 음~ 이집 베이글 진짜 맛있는데?
[앵커]분실된 푸른 보석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만일 비슷한 물건을 발견한 분이 계시다면, 저희에게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player]푸른 보석이라…… 응?!
화면에 비쳐진 보석의 모습이 어쩐지 낯이 익다. 나는 침대 맡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푸른 보석'을 쳐다보았다.
[player]아, 아니겠지……?
혹시 모르니, 이따 천화각에 가서 이 돌멩이의 정체가 뭔지 제대로 감정해 봐야겠다. 외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으니까……
…… 근데 가는 김에 복권도 좀 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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