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기에 있는 카페에 숨어 볼래요? 애완동물 출입금지니까, 유즈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 쉽게 따돌릴 수 있을 거예요.
굿 아이디어! 카페로 들어가자. 마시고 싶은 걸로 시켜, 내가 살게.
우리가 카페로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즈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카페 안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유즈의 추적을 따돌린 후, 시라이시 선배는 동생으로부터 공부를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먼저 돌아갔다. 한가해진 나는 이치히메랑 시간을 때우려고 혼천 신사로 가는 길에 말라뮤트를 끌고 다니는 유즈와 다시 마주칠 수 있었다.
PLAYER~ 왜 혼자 있지? 나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집으로 돌아갔어. 시라이시 선배의 약점을 극복하는 일은 내일로 미뤄야 될 것 같은데.
큐르르…… 알겠어. 오레오, 그럼 그 물건은 내일 학교에서 돌려줘야 할 것 같네.
오레오라고 불린 알래스칸 말라뮤트는 유즈의 말을 알아들은 듯, 귀를 쫑긋 세우고선 '우우'라고 하면서 입에 물고 있던 머리끈을 유즈에게 건네 주었다.
설마 아까 전에 우리를 쫓아온 이유가, 그 물건을 선배한테 돌려 주려고 했던 거였어?
맞아. 나나가 도망칠 때 떨어뜨린 걸 오레오가 주워서, 돌려 주려고 쫓아가던 중이었어.
하하, 제법 영리한 녀석이네.
내가 오레오의 머리를 만지려고 하던 그 순간, 오레오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재빠른 반응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괜찮아. 오레오는 사람을 물지 않으니까 만지고 싶으면 마음껏 만져. 주먹을 오레오의 입 속에 넣어도 그냥 입만 벌린 채 아무 것도 안할 거야.
그, 그래? 그래도 주먹을 입에 넣어 볼 정도로 간이 크진 않아서 말이지……
컹……
음음…… 오레오는 의외로 온순한가봐, 보기와는 다르네.
맞아. 보기에만 이렇지 실제로는 엄청 얌전하고 살짝 바보 같은 면도 있어. 보이는 사람마다 달려들어서 인사를 한다니까.
다른 개들이 으르렁거려도 같이 놀자는 줄 아는 데다가, 큐르르…… 그래도 듬직하게 생겨서 천만다행이야. 아니었으면 금세 괴롭힘 당했을걸.
나나가 너무 빨라서 아쉬워. 오레오가 이렇게 순둥이인 걸 알았다면, 개를 무서워하는 나나라도 같이 놀 수 있었을 텐데.
글쎄, 선배는 작은 개도 무섭다고 하니까 말이야. 물론 오레오는 순둥이니까 한번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내 착각인가? 왠지 모르게 오레오가 뭔가 기분 나빠하는 것 같은데?
그르르……
예리하네. 오레오가 조금 실망했나봐, 아무래도 나나한테 특별한 호감이 있는 것 같아. 나나한테서 자신과 같은 냄새를 느낀 모양인데, 오늘 같이 놀지 못해서 아쉬워하는걸.
같은 냄새? 그게 무슨 뜻이야?
유즈도 잘 모르겠어. 오레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니까.
(작은 목소리)……어? 누구랑도 잘 지내고…… 열정적이고…… 다른 사람이 기분 나쁘게 대해도 화내지 않고…… 똑부러지고…… 달리기가 빠르고……
나는 오레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다가 순간 누군가의 모습과 겹쳐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푸하하하하……!!
왜 웃는 거야?
재미있는 일이 생각났어. 그렇네, 오레오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네.
큐르르? 이런, PLAYER도 이해했는데, 유즈만 이해 못한 건가!
어째 날 욕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잘 생각해 봐. 오레오의 누구랑도 잘 지내는 이런 성격, 누구랑 엄청 닮은 것 같지 않아?
그렇게 말하니…… 아, 유즈도 이해했어. 오레오가 나나랑 놀고 싶어 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같은 타입이라면 나나도 분명 오레오랑 같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좋았어! 나나의 약점을 극복할 희망이 보였어!
나도 어느정도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나중에 내가 오레오랑 같이 놀자고 시라이시 선배를 설득해 볼게. 오늘은 더 이상 선배를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럼 이제…… 오레오, 괜찮으면 나랑 같이 놀까?
컹?! 컹컹!
하하, 놀아 준다고 하니까 금세 신나하는구나. 그럼 공원으로 가서 놀아볼까.
원래 계획도 취소되었겠다, 나는 사교적이고 충실한 커다란 강아지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함께 놀았다. 시라이시 나나 선배와 함께 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컹!
천, 천천히! 유즈, 조금만 더 천천히 달릴 수는 없어?
그건 어려워. 오레오는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금방 잊어버려서 말이야.
다시 한번 미친듯이 달리면 내 체력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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