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 A] 죄송하지만, 저희는 반년 뒤까지 예약이 꽉 차 있어서요……
[카나 같은 인기 아이돌이 우리 무대에 서준다면 그건 대환영이지만, noctchill이라…… 미안한데 처음 들어 보네.] 카나 같은 인기 아이돌이 우리 무대에 서준다면 그건 대환영이지만, noctchill이라…… 미안한데 처음 들어 보네.
[스태프 C] 아, 그 예산으로는 어렵겠네요…… 죄송하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사쿠라 토오루]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후지타 카나] 그쪽은 어땠어?
[아사쿠라 토오루] 전혀 수확이 없어.
[후지타 카나] 하아…… 우리도 마찬가지야.
[이치카와 히나나] 아하~ 벌써 열세 곳째야. 리스트에 있는 라이브 공연장도 이제 몇 개 안 남았어~
[이치카와 히나나] 음~ 히나나는 좀 쉬고 싶은데~?
[아사쿠라 토오루] 그래.
[-] 히나나의 제안을 토오루가 곧장 받아들였다. 아무리 분담을 했다지만, 두 자릿수나 되는 공연장을 돌아다닌 세 사람의 얼굴엔 피곤함이 역력했다.
[후지타 카나] 어떡할까?
[이치카와 히나나] 실은 말이야~ 히나나, 저 카페가 궁금했거든~~
[-] 히나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Éternité'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었다.
[나나미 레이나] 어서 오세요, Éternité입니다. 주문하시겠어요?
[이치카와 히나나] 오늘의 스페셜을 세 잔 주세요~! 바깥 간판에 적혀 있던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잔뜩 올라간 그거요~!
[나나미 레이나] 알겠습니다. 어머나? 카나 씨도 같이 왔네요.
[후지타 카나] 에헷, 오늘은 새 친구들이랑 함께 왔지~
[나나미 레이나] 그런 거라면 카나 씨가 좋아하는 자리로 안내해 드릴게요!
[-] 레이나를 따라간 세 사람은 구석에 있는 테이블 좌석에 앉았다. 적당히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산뜻하고 향긋한 커피가 여름 더위를 날려버리고, 오전을 정신없이 보낸 소녀들은 편히 쉬었다.
[이치카와 히나나] 야하~♡ 이제 좀 살 것 같다~~! 마도카 선배랑 코이토는 지금쯤 어쩌고 있으려나~
[???] 저, 저기요……!
[-] 옆에서 겁먹은 듯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이 고개를 들자, 왼손에 붕대를 감은 소녀가 인형을 끌어안고 옆 좌석에 앉아 있었다.
[???] 죄, 죄송해요,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 저, 저는 모리카와 아야코예요. 그, 아오츠유 중학교에 다녀요. 얘는 제 친구 하나코…… 예요.
[-] 모리카와 아야코는 은빛 머리카락에 양 갈래 만두머리가 인상적인 인형을 들어 올리며 모두에게 인사했다.
[후지타 카나] 안녕, 아야코. 무슨 일 있니?
[모리카와 아야코] 아, 그게…… 하나코가 언니들이 "신비한 뭔가 때문에 이 마을에 남아 있는 거다"라고 해서……
[이치카와 히나나] 아하~ 혹시 점 같은 거 볼 줄 아니~? 우리 상황을 전부 꿰뚫어 보고 있네~
[아사쿠라 토오루] 신비한 뭔가라니?
[-] 아야코가 인형에게 뭐라고 속삭이더니, 잠시 후 얼굴을 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리카와 아야코] 하나코가…… 잘은 모르겠지만 지박령…… 같은 거라는데……
[후지타 카나] 지, 지박령~!?
[모리카와 아야코] 아, 하지만 나쁜 지박령은 아닐지도…… 저기, 잠깐만요.
[-] 아야코는 옆에 뒀던 가방에서 두꺼운 공책을 꺼냈다. 팔랑팔랑 넘긴 페이지에는 구불구불한 기호 같은 게 빼곡히 적혀 있다.
[이치카와 히나나] 이거~ 무슨 주술서 같은 거야~?
[모리카와 아야코] 지박령 정보…… 아, 여기 있네요.
[모리카와 아야코] 우선은 이거…… 어느 빌딩 엘리베이터에 있는 A급 유령. 살아 있을 때 다 하지 못한 일에 미련이 남아,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직원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자기가 일하던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세운다…… 이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아사쿠라 토오루] 우리 비행기 타고 왔는데……?
[모리카와 아야코] 그렇구나…… 그럼 더 비슷한 게 있을지도…… 비행기…… 비행기면 이건가……? 30년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여객기가 이한시 근처 섬에서 발견됐어요.
[모리카와 아야코] 어떤 대기업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에 발견됐는데, 기체도 승객들 모습도 사고 당시랑 똑같았대요. 그런데 승객들이 "이걸로 여덟 번째……"라는 이상한 말을 반복했다네요.
[아사쿠라 토오루] 이한시에는 처음 왔는데, 우리.
[모리카와 아야코] 그렇구나…… 그럼 새로운 정보까지 포함해서 생각해 봐야겠다…… 지박령…… 비행기…… 처음……
[후지타 카나] (속삭이며) 어, 어째 갈수록 무서워지는데……
[모리카와 아야코] 음~ 관광호텔에 숨겨져 있던 노인 영정 사진은 아닐 테고…… 아, 이건가? 공연 무대 뒤에서 발견된 피투성이 항공권……
[후지타 카나] 공연에서 피라니 싫어~~!
[모리카와 아야코] !
[아사쿠라 토오루] ……앗.
[이치카와 히나나] 아하~ 재밌는 표정이 찍혔어~!
[-] 도시 전설 이야기가 한창이던 가운데, 자기 일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카나는 저도 몰래 소리를 질렀다.
[나나미 레이나] 괘, 괜찮으세요?
[모리카와 아야코] 죄, 죄송해요. 저 때문에……
비명을 듣고 온 레이나에게 다 같이 사정을 설명했다.
[나나미 레이나] 흐음…… 지박령이라고 하기보다는 누군가의 여한이 아닐까요?
[나나미 레이나] 이치히메도 두 분과 친구들이 공연을 해야 한다고 말한 거죠? 바로 그 공연이 누군가의 여한일 수도?
[후지타 카나] 으흐, 무서운 얘기가 아니라 다행이야~~!
[이치카와 히나나] 아하~ 무서운 얘기 싫어하는구나~
[후지타 카나] 싫어하는 건 아닌데, 아야코 얘기가 너무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몰입해 버렸어.
[모리카와 아야코] 지, 진짜 미안해요…… 이런 얘기가 나오면 이성을 잃어버려서……
[아사쿠라 토오루]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에 열중하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을 사로잡는대…… 파토스라고 하던가?
[아사쿠라 토오루] 믿음'의 힘…… 이라고도 할 수 있지.
[이치카와 히나나] 믿어? 뭘~?
[나나미 레이나] 아야코가 지박령이 있다고 믿으니까, 카나한테도 도시 전설의 매력이 전해진 거다…… 그런 뜻인가요?
[후지타 카나] 그래 맞아! 아까 아야코 반짝반짝 빛났어!
[모리카와 아야코] 저, 저기…… 죄송한데, 일부러 그런 건……
[아사쿠라 토오루] 그렇구나…… 음, 알겠다.
[모리카와 아야코] 네……?
[아사쿠라 토오루] 이제 알겠어. 스케줄표에 공연장 이름이 안 적혀 있는 이유를.
[이치카와 히나나] 뭐~? 이유가 뭔데~?
[아사쿠라 토오루] 우리가 무대라고 믿으면, 거기가 곧 무대라는 뜻이야.
[이치카와 히나나] 그렇구나~! 역시 토오루 선배야!
[나나미 레이나] 공연장이 아니라도 괜찮다면…… 여기는 어떨까요?
[후지타 카나] 응!? 레이나, 그 말은 그러니까 Éternité에서 공연을 해도 된다는 거야!?
[아사쿠라 토오루] ……괜찮겠어요? 가진 돈이 별로 없는데.
[나나미 레이나] 물론 괜찮죠. 돈이라면 공연장 사용 비용 말이죠? 그건 굳이 안 받아도 상관없어요.
[나나미 레이나] 저도 SNS 화제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공연장으로 써준다면 서로 손해 볼 얘기는 아니라고 봐요.
[후지타 카나] 레이나, 너무 착해……!
[나나미 레이나] 흐, 흐아악.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요…… 도, 도와주세요……
[-] 모두 헐레벌떡 후지타 카나에게서 나나미 레이나를 구출했다.
[이치카와 히나나] 아하~ 뭔가 데자뷰 같은데~
[아사쿠라 토오루] 후훗, 그러게.
[후지타 카나] 이걸로 해결됐네. 드디어 마음 편히 레슨받으러 돌아갈 수 있겠다~
[이치카와 히나나] 레슨받으러 돌아가다니~? 설마……
[후지타 카나] 아, 아하하…… 실은 아까부터 매니저한테 메세지가 엄청 오고 있는데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어.
[후지타 카나]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아이돌의 빛을 믿어. 분명 최고로 빛나는 무대가 될 테니, 힘내!
카나가 카페에서 나간 뒤, 토오루와 히나나는 레이나와 함께 공연장 사용법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서 공연을 연다고 하니, 카페 단골 손님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장식이나 설비에 관해 여러모로 제안해 줬다.
[-] 레이나와 단골 손님들의 도움을 받아 무대의 세부 사항을 정하고 카페를 나설 때쯤엔, 해가 이미 저물어 달빛이 밤거리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이치카와 히나나] 야하~♡ 손님들이랑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무대에 관해 이야기하다니 왠지 신기해~! 우릴 잡아둔 지박령도 우릴 인정해 주려나~?
[아사쿠라 토오루] 응, 걱정 안 해도 돼.
[이치카와 히나나] 오~?
[-] 토오루가 코이토한테 받은 스케줄표를 높이 들어 올렸다. 흰 종이가 네온사인의 빛을 받아 일곱 빛깔로 물든다. 비어 있던 '공연장' 칸에는 'Éternité'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반드시 성공한다//n 두 사람은 그렇게 확신했다.
믿음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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