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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아이돌의 기묘한 표류.

고등학생 아이돌의 기묘한 표류.
Story: 

히비키의 홍보가 신의 한 수였는지, 공연 당일 Éternité에는 가게 밖까지 긴 줄이 생길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noctchill 멤버 네 명과, 후지타 카나가 소속된 유닛 'W·I·N'의 멤버 세 명, 그리고 카페 단골들이 역할을 분담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 무대 앞, 마도카가 마지막 조명 체크를 하고 있었다.
[히구치 마도카] 조명, 음향…… 느낌이 좋네.
[-] 음원에 맞춰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조명 설비 리허설을 보고, 마도카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 그렇지? 이한시의 위대한 발명가, 미라이한테 부탁해서 만든 무대 조명 시스템이거든. 반가워, 난 나데시코야. 넌 이번 출연자 중 한 명이지?
[히구치 마도카] 네,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나데시코] 이 시스템은 굉장해. 누구든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 표시된 대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전부 알아서 해줘.
[히구치 마도카] 그렇군요.
[히구치 마도카] 정말 좋네요.
[후쿠마루 코이토] 죄, 죄송합니다~ 지, 지나갈게요……!
[-] 아침부터 쭉 가게 밖에서 응원 굿즈를 나눠주던 코이토는 몸집이 작아 대기 줄 인파에 파묻히기 직전이었다.
[후쿠마루 코이토] 으, 으악…… 삐야!
[-] 응원 굿즈를 한 무더기 안고 있느라 앞이 잘 안 보였던 코이토는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넘어질 뻔한 순간, 붕대가 감긴 손이 그녀의 팔을 붙들고 일으켜 세웠다.
[모리카와 아야코] 괘, 괜찮으세요?
[후쿠마루 코이토] 앗…… 네, 네! 고마워요……
[모리카와 아야코] 어, 저기…… 천만에요…… 마침 지나가던 길이라…… 앗, 내 정신 좀 봐. 이 손으로 만지면 안 되는데. 미안해요……
[후쿠마루 코이토] 아, 아니에요……! 도와주셔서 가, 감사합니다……!
[모리카와 아야코] 이 손에는 마스테마가 봉인되어 있어요. 만일 불운이 옮았다면…… 모처럼 하게 된 공연이……
[후쿠마루 코이토] 삐에……!? 부, 분명 괜찮을 거예요……! 우, 우리는 이세계 사람이잖아요! 그런 건 안 통할 거예요!
[모리카와 아야코] 정말로……?
[후쿠마루 코이토] 어, 네! 분명 그럴 거예요……!
[모리카와 아야코] ……
[후쿠마루 코이토] ……
[모리카와 아야코] 그럼 다행이네…… 고마워요.
[모리카와 아야코] 아참, 오늘 리허설…… 완벽했어요. 히…… 힘내세요!
[후쿠마루 코이토] ……! 네, 네에! 감사합니다!
[모리카와 아야코] 벼, 별말씀을요……
[-] 남들이 보기엔 어색한 교류였지만, 흐뭇해지는 대화를 통해 바쁜 소녀가 잠시나마 쉴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후지타 카나] 토오루, 눈 감아 봐. 눈 화장할 거야~
[-] 출연자 분장실이 된 가게 직원들의 휴게실에서, 카나는 같은 멤버인 아카네, 미야와 함께 토오루의 화장을 마무리해 주고 있었다. 머리가 살짝 헝클어진 세 사람의 모습이, 팬들의 눈을 피해 휴게실에 들어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 한편, 메이크업을 끝낸 히나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카나가 가져온 화장품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이치카와 히나나] 아하~ 이 마스카라 진짜 쓰기 편하겠다~! ……이 마작패는 뭐지~? 우와, 안에 파우더가 들었네! 귀엽다~♡
[후지타 카나] 흐흥, 귀엽지? 이거 이한시 한정품이야~ 뭐, 발매 전이라 지금은 관계자들밖에 못 구하지만. 마음에 든다면 매니저한테 부탁해 볼게.
[매니저] 누구 마음대로 그렇게 쉽게 얘기하는 거지? 그전에 나한테 뭐 할 말이 있지 않니? 카나?
[-] 바로 그 매니저가 대기실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후지타 카나] 에헷, 아니, 매니저 언니는 말하면 다 들어 주잖아요~?
[매니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레슨을 펑크 내길래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런 데서 다른 아이돌 그룹 화장이나 해주고 있고…… 다음엔 안 봐줘.
[매니저] 알아들었지? 그럼 빨리해.
[후지타 카나] 네~ 괜찮아, 히나나. 우리 매니저는 무섭게 보여도 사실은 착한 사람이거든.
[이치카와 히나나] 아하~ 히나나도 왠지 알 거 같아~
[-]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기실에는,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 잠시 후, 이치히메와 카구야히메도 카페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곧장 가게 입구에서 티켓 검사를 시작했다.
[이치히메] 다들 noctchill의 라이브에 온 걸 환영한다냥!
[카구야히메] 역시 내가 응원한 아이돌 그룹이군. 보아라, 이 드높은 인기를. 우히히!
[이치히메] 바보 토끼, 우쭐대지 마라냥. 저 애들은 원래부터 빛나니까 주목을 받는 거다냥.
[-] 이치히메와 카구야히메가 옥신각신하며 표를 받고 있을 때, 드디어 가게 안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위에 불이 들어왔다.
[시라이시 나나] 신사 숙녀 여러분! 'noctchill' 라이브 투어 in 이한시! 영광스러운 MC 역할을 맡게 된 시라이시 나나입니다!
[시라이시 나나] 음악은 언어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 사랑과 온기를 전해 주지요……
[-] 공연 시작 시간이 되자, 사회자인 시라이시 나나가 무대에 등장했다. 무대 옆에 마련해 둔 공간에, W·I·N 멤버 세 사람이 대기 중인 noctchill과 함께 있었다. 네 사람이 긴장한 걸 눈치챘는지, 카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후지타 카나] 이건 내 느낌인데, 이번 공연은 무조건 성공해. 분명 잘될 거야.
[미야] 리더의 느낌은 항상 들어맞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아카네] 그래, 그래.
[아사쿠라 토오루] 후훗, 감사합니다…… 아, 히구치.
[히구치 마도카] ……후지타 씨, 이거 받아요.
[-] 스포트라이트 불빛이 대기 공간을 스치듯 비추는 가운데, 마도카가 주머니에서 키 홀더를 꺼내 카나에게 건넸다.
[히구치 마도카] noctchill 라이브 굿즈예요. 어째서인지 이것만 주머니 안에 들어있더라고요, 기념으로 받아주세요.
[후지타 카나] 와~ 고마워! 역시 같은 아이돌끼리는 마음이 통하는 법이구나. 사실 우리도 선물을 준비했어.
[후지타 카나] 자, W·I·N의 첫 번째 앨범이야.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도 우리 잊으면 안 돼.
[이치카와 히나나] 야하~ 히나나 이거 너무 좋아~ 어디다 장식해 두지~?
[후쿠마루 코이토]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면, 여기서 쌓은 기억이나 선물이 다 사라지진 않을까 걱정돼……
[후쿠마루 코이토] 그런 생각을 하기만 해도 속상해……
[히구치 마도카] ……지금은 그런 생각하지 말자.
[아사쿠라 토오루] 응, 돌아간 뒤 일은 돌아가서 생각하자.
[아사쿠라 토오루] 지금은 노래하는 거야. 이 만남을 위해.
[-] 오프닝 음악이 시작되자,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옆으로 쏠렸다. noctchill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Éternité의 따뜻한 무대 위에 올랐다.
[-] 객석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응원봉 빛을 향해, 차원을 넘어온 아이돌들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 그 노랫소리는, 요정처럼 춤추며 관객의 귀와 마음에 스며들었다. 객석의 응원봉도 야광충처럼 신비롭게 빛난다.
[-] 토오루, 마도카, 히나나, 코이토. 네 사람은 이미 투어에 지친 연예인이, 아니, 아이돌이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춘다. 이한시 사람들, noctchill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마음의 소리를 차분하게 전하고 있다.
[-] 하지만 그런 그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빛나는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후쿠마루 코이토] ……~♪
[이치카와 히나나] 코이토, 그만 일어나~ 곧 도착이야.
[후쿠마루 코이토] ……삐에!?
[-] 코이토가 눈을 뜨더니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어느새 네 사람은 비행기 안에 있었다.
[후쿠마루 코이토] 우리 이한시에서 공연 중이었는데……?
[이치카와 히나나] 아하~~ 코이토도 히나나랑 똑같은 꿈 꿨구나~!
[히구치 마도카] 꿈이 아니야.
[아사쿠라 토오루] 응.
[-] 앞좌석에 앉아 있던 토오루가 CD 케이스를 들어 올렸다. 표지에 쓰인 'W·I·N'이라는 글자가, 창밖에서 들어온 빛에 반사돼 일곱 빛깔로 빛나고 있었다.
[아사쿠라 토오루] 증거가 남아 있어…… 말 그대로 '기적의 공연'이네.
[기내 안내 방송] 오늘도 저희 비행기를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는 모습으로 늘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 착륙 안내 방송이 소녀들의 침묵을 깨뜨렸다. 아무리 신기한 사건에 휘말렸어도, 그녀들은 지금 해야 할 일을 결코 잊지 않았다.
[아사쿠라 토오루] 다음 공연도 해내자.
[이치카와 히나나 & 히구치 마도카 & 후쿠마루 코이토] 응!
[모리카와 아야코] 이세계에서 온 아이돌 걸그룹, 첫 공연을 끝으로 무대에서 홀연히 자취 감춰…… 하나코 생각에도 멋진 도시 전설이 되겠다 싶어?
[모리카와 아야코] 에헤헤…… 다음에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마음에 들어 하면 좋겠다…… 좋아하는 도시 전설을 만나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