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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영화를 보자고 한다

……미안해요, 히쨩.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각자 보고 싶은 걸 보면 안 될까요?
에? 이, 이래도 되는 거야? 같은 영화 보기로 계획했었잖아.
괜찮아, PLAYER. 뭐 볼 건데?
가면 히어로 신작이요, 제가 이 시리즈의 팬이거든요.
나나도 가면 히어로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역시 모두가 같은 순 없겠지. 그럼 각자 좋아하는 영화를 보자.
나도 가면 히어로 보고 싶은데.
이리 와! 오늘은 끝까지 깨어 있어야 해! 내가 울어서 훌쩍거릴 때 휴지 한 장 안 주면 죽을 줄 알아!
그렇게 우리들은 표를 내고 각자의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후배 군. 우리가 가면 히어로를 좋아한다고 해도, 연인끼리 이런 영화를 보는 건 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히쨩한테 의심을 살 것 같은데?
걱정할 거 없어요, 데이트는 결국 서로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거잖아요? 생각해 봐요, 만약 우리가 그 영화에 흥미도 안 보이고, 게다가 잠들어 버리기까지 한다면 더더욱 히쨩한테 의심을 사겠죠.
그건 그렇네.
그리고, 지금은 역시 절 이름으로 부르는 게 좋겠어요. 이따 나가서 또 무의식적으로 후배 군이라고 부를까 봐 겁나네요.
아, 응……
비록 시라이시 선배에겐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녀는 아무래도 안심되지 않는 모양이다. 앉고 나서도 계속 상영관 입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행인 건, 그녀의 불안한 상태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스크린이 열리자 그녀는 곧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화면 속 음성
후퇴? 웃기는군! 내 뒤에는 아이들의 꿈이 있다! Final Judgement Form!
PLAYER, 빨리 봐봐! 이게 극장판에서만 볼 수 있는 최종 형태야! 진짜 멋있지?!
멋지다 멋져. 이 의자 굉장히 흔들리는데,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영화가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며 시라이시 선배와 주변의 아이들은 점점 흥분에 휩싸였다. 환호를 내지르며 스크린의 가면 히어로를 위해 응원했고, 상영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4D 영화를 위해 특별히 설치된 의자는 격렬한 전투와 함께 흔들렸고, 그 강도는 점점 더 거세졌다. 심지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마저 들었다.
아이고…… 등 아파……
정정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며 주먹으로 전신 마사지처럼 두들겨 맞은 느낌이다. 이 의자는 흔들리는 것 뿐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진동했다. 덕분에 내가 저 영상 속에서 두들겨 맞고 있는 악당인 것 같은 의심까지 들었다……
영화도 재밌었고, 특별 포스터도 손에 넣었고, 대만족!
하하하, 즐거웠으면 됐죠.
우리도 끝났어, 응? PLAYER, 왜 그렇게 힘들어해?
괜찮아요, 전신 마사지를 체험했을 뿐이니까요. 지금은 뭔가 나른하네요.
그쪽은 마사지 의자도 있어? 너무 좋다, 그런 줄 알았으면 우리도 가면 히어로 볼걸. 우리가 본 영화는 너무 지루해서 난 그냥 잠들어 버렸어. 마사지 의자가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잤을 텐데.
잘도 그런 말을!
윽…… 팔꿈치가 몇 센치만 더 빗나갔으면 급소였다고……
이제 슬슬 점심시간인데, 먹고 싶은 거 있어?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찾아볼게.
그럴 필요 없어, 점심은 이미 생각해 뒀지. 쨔잔! 도시락을 싸왔다고.
엥? 도시락을 싸왔다고?
데이트엔 빠질 수 없지, 순정만화의 철칙이라고!
와아, 도시락을 싸들고 데이트라니, 진짜 정석대로네. 요즘 순정만화에서도 이런 전개는 별로 없는데.
에, 그, 그런가?
그렇다니까. 그래도 잘 됐다, 오늘 더블 데이트는 정말 사람을 제대로 찾았어. 짜잔, 나도 도시락이야. 데이트의 정석에 참여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나 학생.
……흑 ……정통파 만세! 히쨩!
아…… 그냥 동지를 만났을 뿐인데, 그렇게 기뻐서 울 정도까진 아니잖아.
아, 배고프다. 보기만 하지 말고 어디 앉아서 나한테 먹여 줘야 스토리 완성이지.
이 근처에 괜찮은 공원이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다들 그쪽으로 가서 먹을까요?
공원에 자리를 잡은 뒤, 나는 시라이시 선배가 날 위해 만들어 준 도시락을 열었다. 준비한 음식을 보니 나는 눈이 빛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오?! 음식들이 전부 정상이야,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네.
PLAYER, 나나쨩이 만든 도시락 처음 봐? 평소에는 안 해 주는 거야? 나나쨩은 동생 도시락도 만들어 주던데.
그…… 그건 평소엔 바빠 보이니까 부담 주기 싫어서 부탁 안 했던 거예요. 그리고 데이트에서만 먹을 수 있다면 좀 신선한 느낌도 들고, 먹었을 때 더 만족감이 있으니까요.
어? 그럼 많이 먹게 되면 질려서 맛이 없어진다는 거야?
그럴리가. 일단 좀 먹어볼게.
잠깐, 급할 거 없잖아.
에…… 나나야 왜…
어렵게 도시락을 싸왔는데, 첫 입은 당연히 내가 넣어 줘야지. 자, 입 벌려봐, 아~
오호호, 도시락을 싸온 이유가 애정을 뽐내기 위해서였구나. 그럼 방해하지 않을게, 미남이랑 나는 저쪽으로 갈 테니까, 천천히 러브러브 하라고.
……(소곤) 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가……?
(소곤) 당연하지, 이게 바로 순정만화의 정석 전개 아니겠어? 빨리, 손 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