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을 쥐게 만들던 온라인 마작이 끝난 뒤, 시간을 보니 슬슬 '까마귀'에서 힐리와 합류한 다음 소우무와 만나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가려니 웬걸, 집 문앞에 좌청룡 우백호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바로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나데시코와 어제 함께 있었던 힐리였다.
둘 사이의 기류 때문인지 문밖의 온도가 집 안보다 훨씬 싸늘한 것만 같았다. 덕분에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던 나까지도 왠지 모르게 괜히 조마조마해졌다.
아무래도 둘 다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이니, 내가 눈 딱 감고 나서야 할 시점인 것 같다.
[player]그…… 둘이 우리 집 앞에서 뭐 하는 거야?
[나데시코]나한테 묻는 거야? 아니면……
[player]아하하하…… 누구든.
[나데시코]내 애마한테 튜닝을 좀 해 준 참이라, 너랑 같이 드라이브라도 한번 가 볼까 했지.
나는 이어서 힐리에게 의문의 눈빛을 던지자, 힐리는 곁눈질로 나를 흘끗 바라보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
[힐리]너랑 약속 장소로 같이 가려고 했지.
[나데시코]약속 장소……?
아마 힐리는 나데시코랑 친하지 않으니, '까마귀'와 관련된 일을 그대로 언급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약속 장소'라는 말이 나데시코의 오해를 산 것 같았다.
나데시코는 복잡한 눈빛으로 날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맞은 편의 힐리도 한번 바라봤다.
[나데시코]어쩐지 아사바 고등학교 후배들이 요즘 네가 안 보인다고들 하더니 데이트 상대가 있었던거구나.
후배…… 설마 시라이시 선배 얘기인가?! 내가 메시지에 대답을 안 해서 그런 게 분명해! 이건 유언비어에 기만이야!
[player]나데시코,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윽, 말을 하고 나서야 영 별로인 대사를 뱉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확실하게 해 두지 않으면 내일쯤엔 아사바 고등학교의 모두가 알게 될 테니까.
[나데시코]아하, 그럼 오해라고 치지 뭐. 그럼 이렇게 된 이상 나랑 드라이브 갈꺼야? 아니면…… 으흠?
나데시코의 말을 들은 힐리는, 그저 팔짱을 끼고 눈썹을 찌푸린 채 날 바라볼 뿐이었다. 말 한 마디 하지 않았지만 굉장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아수라장인건가? 내가 무료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는 거고? 그럼 내 앞에 선택지가 두 개가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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