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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리에게 도움을 구한다.

직원들이 경계하는 표정을 보아하니, 이렇게 계속 대치해 봤자 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힐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힐리]하아…
한숨을 내쉰 힐리는 모히토를 향해 손을 튕겼다. 그러자 모히토는 알겠다는 듯 발톱을 꺼내 땅을 움켜잡곤, 허리를 부드럽게 구부린 다음 몸통을 끌어당겨 모범적인 고양이 특유의 기지개 자세를 취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직원은 화들짝 놀라 뒤로 두 발짝 물러났지만, 나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저 '큰 고양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지켜보았다.
모히토가 움직이자, 윤기나는 검은빛 털 밑으로 매끈한 근육 라인이 꿈틀거리며 드러났다. 솔직히 말해서, 저걸 보고 겁먹지 않기란 불가능이다. 나도 이렇게 모히토와 가까이 있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나워 보이는 흑표범이 과연 어떤 느낌일지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모히토는 저 멀리에 있는 직원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이고선 내 손등에 머리를 대고 꾹꾹 밀며 낮은 '그릉' 소리를 내었다.
난 손을 뒤집어 조심스럽게 모히토의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생각만큼 부드럽진 않았지만 대신 약간의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내가 모히토를 쓰다듬는 모습을 본 두 직원 중 여직원 쪽은 결국 참지 못하고 슬금슬금 다가오며 물었다.
[여직원]그…… 혹시 저도 만져봐도 될까요?
힐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모히토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모히토는 내가 좀 더 마음에 들었는지, 머리를 내 뒤에 숨기고선 여직원의 손길을 거부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여직원은 모히토를 만져보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는 것이다.
[여직원]진짜 표범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에요, 이렇게나 온순한 동물이었다니. 역시 세상에 나쁜 고양이는 없나봐요.
서로 눈을 마주친 나와 힐리는, 여직원의 환상을 깨부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
[여직원]주인분께서 잘 지켜봐 주기만 하신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넌 어때 보여?
[남직원]괜……찮겠네.
[남직원]두…… 아니, 세 분, 예약은 되어 있으시죠? ……그럼, 이쪽으로 와 주세요. 동물은 잘 관리해 주시구요.
[player]걱정 마세요, 문제 없을 테니까요.
직원들과 함께 기도춘으로 들어가는 도중, 나는 작은 목소리로 힐리에게 물었다.
[player]방금 모히토는 왜 직원을 피한 거야?
[힐리]동시에 두 사람이 쓰다듬는 건 서비스 범위 밖이래, 자기는 캣 카페의 고양이가 아니라나.
사람들한테 귀여움 떠는 게 일인 건 똑같으면서, 직업 차별이라니!!
우리가 기도춘에 들어섰을 때, 토죠 쿠로네는 이미 호수 가운데에 있는 정자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대나무와 새가 그려진 병풍 뒤에 앉은 그녀는, 어렴풋이 비치는 실루엣만으로 그 존재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힐리는 토죠 쿠로네가 딱히 낯설지 않은 듯 별다른 말 없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
[힐리]그날, 두루미를 주웠을 때의 일을 들으려고 왔어요. 자세할수록 좋아요.
[토죠 쿠로네]급한 성격은 여전하시네요, 후후. 그래도 시일이 조금 지났으니, 조금 기억을 더듬어 봐야 할 듯 싶어요.
[토죠 쿠로네]그 두루미를 만난 시각은 아마 밤 10시 즈음이었어요. 그때 저는 마침 동풍 마작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두루미는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한 듯, 제 앞에 떨어진 순간엔 이미 일어날 힘도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지요.
[토죠 쿠로네]그리고 두루미를 안아 들어올리던 순간에야, 두루미의 날개와 다리에 큰 상처가 나 있는 걸 발견했답니다.
[힐리]그땐 혼자였나요?
[토죠 쿠로네]그렇답니다. 동풍 마작장은 기도춘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지라, 그날 밤엔 딱히 사람을 데리고 가지는 않았었지요…… 때문에 그 아이를 쫓던 이들과 함부로 맞설 수도 없었던 터라,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숨을 수밖에 없었어요.
[힐리]그 사람들이 편의점은 안 찾아보던가요?
[토죠 쿠로네]딱히 그러하지는 않았는데…… 아마, 두루미가 제발로 편의점에 들어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네요.
[힐리]혹시 인상착의는 확인하셨나요?
[토죠 쿠로네]밤중에 유리창 너머로 보았던지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무기를 든, 건달 같은 사람들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여기까지 들은 순간, 힐리가 옆의 기둥을 쾅 내리쳤다.
[힐리]속았어.
순간, 난 힐리의 말을 이해했다. 당시 '박새'가 말하던 두루미가 이 두루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슨 두루미라는 이름의 남자를 찾고 있다던 말은, 아마 우리를 속이기 위해 내뱉은 거짓말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