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한다는 건 하고 싶다는 증거이고, 하고 싶다면 역시 바로 하는 편이 좋겠지!
난 얼마 전에 시청했던 영상을 다시 찾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기술들을 몇 차례 연습한 뒤에, 피에로 복장을 입곤 몇 가지 도구를 챙겨 무대 뒤로 향했다……
[사라]헤이~~!
무대 뒤에 들어섰을 땐 마침 사라가 공연을 펼치고 있던 중이었다. 아쉽게도 무대의 각도 때문에 춤을 제대로 감상하기엔 어려웠지만, 사실 이 거리에서 사라의 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꿈같은 경험이었다.
음악이 끝나고 사라가 관중석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저절로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다음 곡이 울려퍼짐과 함께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렸다. 난 곧이어 황급히 피에로 가면을 쓴 뒤 도구를 챙기곤, 그대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
[사라]……에?
[관객 A]피에로? 이상하네, 오늘 피에로 공연이 있었나?
[관객 B]아니, Soul에 아직 피에로가 있었나? 새로 온 멤버인가?
사라는 멍한 얼굴로 갑작스레 무대에 등장한 날 바라보았다…… 아니, 엄청 놀랐다고나 해야 할까. 하지만 놀란 건 그녀 뿐만이 아니었으며, 관중들 역시도 내 모습을 보자 수군대는 모습이었다.
[player](소곤) 사라, 나야 나.
[사라](소곤)……그 당신? 이게 무슨?
[player](소곤) 설명하자면 길지만 어쨌든 도우러 왔어.
[player](소곤) 일단 가서 쉬고 있어. 내가 관객들을 상대할 테니까, 좀 이따 다시 교체해 줘.
이야기를 마친 뒤 나는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이어졌다. 사라는 잠시 침묵하더니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마치곤 빠르게 무대 뒤로 내려갔다. 선수 교체 성공이었다.
[player](소곤) 후…… 시작! (외침) 이~~얏~~호~~!
나는 동영상에서 본 대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함성을 질렀다. 난 그렇게 용기를 내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고, 그 다음 주머니에서 알록달록한 공들을 꺼내 공 돌리기를 선보였다.
내가 준비한 것들은 사실 겨우 공 돌리기나 링 던지기 같은 별 볼 일 없는 기술들 뿐이었다. 너무 복잡한 기술은 어차피 감당할 수 없을 테고, 애초에 박수를 받고자 한 일도 아니었다. 그저 사라가 다음 공연까지 조금만 더 쉴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객석에 있는 꼬마 아이에게 풍선을 건네주며,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여자아이]엄마, 피에로는 언제 외발자전거 타요?
[엄마]착하지, 저기 외발자전거 보이지? 피에로가 풍선을 주고 나면 나면 탈 거야.
[여자아이]와아~~
[player]어……?
외발자전거 타기는 확실히 피에로가 선보이는 전통적인 묘기지만, 나 같은 초보에겐 너무 어려운 난이도였다.
……하지만 기대감에 젖은 어린 아이의 순수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player]아마 평범한 자전거 타는 거랑 크게 다르진 않을 거야……
그렇게 나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외발 자전거에 올랐고, 중심을 잡고선 페달 밟기를 시도했다.
오! 움직인다! 양팔을 벌리고 균형만 잘 잡으면 문제없다! 그럼 이제 천천히 한 바퀴를 돌면서, 사라나 다른 사람의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려 보자!
[여자아이]엄마, 피에로는 외발자전거 타면서 공놀이를 할 순 없는 건가요?
[player]하하…… 꼬맹이가 참…… 어어?!
이런! 방심했다! 넘어지는 건가?!
뒤로 발라당 넘어지며 웃음거리가 되려던 순간, 어디선가 나를 잡아 주는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다. 그 손길은 안정적으로 내 몸을 일으켜 세우며, 내가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사라]흐흠…… 조금 위험했는걸.
[player]사, 살았다, 고마워.
[사라]후훗, 괜찮아. 음악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공연을 계속하자구, 당신.
[여자아이]엄마, 저기 봐요, 피에로가 저 언니랑 같이 춤을 추고 있어요!
[관객 C]피에로와 댄서의 콜라보인가? 그러고 보니, 예전에 Soul에서 이런 공연이 있었던 것 같은데.
관객의 말대로, 사라는 단순히 나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를 이끌며 장난스럽고 경쾌한 리듬으로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사라랑 같이 춤을 추다니…… 상상도 못했던 멋진 일이다!
이 황홀한 경험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음악이 끝난 후에도 나는 무대에 취해 한참이나 지나서야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 뒤, 나는 사라와 관중을 향해 인사를 하며 무대를 빠져나왔다.
……잠깐.
[사라]흐흐흠.
[player]사라가 때맞춰 날 도우러 올 수 있었던 건 무대 뒤에서 계속 날 보고 있었기 때문인가?
[사라]……
어쩌다 보니, 난 사라를 쉬게 하기는커녕 날 신경 쓰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미묘한 마음이었다, 난 결국 도움이 된 걸까?
[사라]어라? 이렇게 떠나려고? 아직 감사 인사도 못했는데.
무대 뒤에서 공연 감상을 마친 뒤, 의상실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던 순간 다시 사라와 마주치게 되었다. 사라의 손에는 음료 두 잔이 들려 있었고, 사라는 자리를 잡고 앉아 나와 잡담을 나누었다.
[사라]시릴라한테 사정은 들었어, 티켓 담당자분도 반나절 쉬었더니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았고.
[player]별말씀을. 그냥 가볍게 도와준 것 뿐이야, 오히려 네 공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으니까 나야 잘 됐지. 이런 특별한 좌석은 쉽게 구할 수 없잖아.
[player]하지만…… 내가 무대에 오른 건 역시 괜한 짓이었던 것 같네, 미안해.
[사라]왜 갑자기 사과를 해?
[player]난 네가 여러 프로그램을 연달아 한다길래 조금이라도 쉬게 해 주려고 나섰던 건데, 어쩌다 보니 오히려 너한테 더 폐를 끼치게 된 것 같아서.
[사라]갑자기 무대에 선 것 때문인가? 그래도 왜 당신이 사과를 하는지 모르겠어.
[player]음,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자면…… 난 원래 너한테 휴식 시간을 벌어 주려고 했던 건데, 넌 오히려 쉬기는 커녕 내가 걱정돼서 계속 무대를 보고 있었잖아. 그래서 타이밍 좋게 날 도우러 올 수도 있었던 거고.
[사라]흐흠. 계속 보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저 공연을 감상하려고 했을 뿐이지, 딱히 걱정하진 않았어.
[사라]게다가, 우린 순조롭게 공연을 끝마쳤잖아. 그럼 관중들이 보기에는 실수가 없었던 셈이지, 단지 짜여진 프로그램 중 하나였을 뿐.
[사라]당신의 배려도 받을 수 있었고, 관중들에게 특별한 공연도 선사할 수 있었으니까 오늘은 오히려 기뻐할 만한 날이 아닐까?
[player]……하하하, 그것도 그러네.
오늘은 사라의 생일이다. 그러니 그녀가 즐겁다면, 그녀의 말처럼 그저 즐거운 날인 것이다.
[사라]이거 줄게.
[player]이건? 피에로 가면?
[사라]이 위에 있는 그림은 내가 그렸어, 오늘 도와 준 것에 대한 작은 답례라고 생각해줘.
오오?! 사라가 직접 그린 가면이라니, 팬으로서 이것은 최고의 보물이나 다름없다!
[사라]모든 피에로들에겐 자신만의 가면이 있어. 내 생각엔, 이 '웃는 얼굴'의 피에로 가면이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저 가면은…… 그냥 저기에 조용히 두도록 하자. 언젠가 그 주인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사라의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으니, 시릴라가 했던 말도 떠올랐다. 저 가면 뒤에는 아무래도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듯했다. 난 호기심이 생기긴 했지만, 외부인이 함부로 파헤치는 것도 실례이니 가면에 대해선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player]오늘 네 생일인데, 선물은 못 줄망정 오히려 선물을 받아 버리니까 기분이 뭔가 이상하네.
[player]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면, 극단 일은 원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고된 것 같아…… 오늘은 네 생일인데도 불구하고 공연이 꽉 차 있기도 했고.
[player]게다가 티켓 담당자분의 말을 들어보니 극단 스태프분들도 대부분 나이가 꽤 있는 편이라고 하시던데, 사실 오늘처럼 일손이 부족한 상황도 처음은 아니지?
[사라]확실히 처음은 아니야. 그래도 이한시는 날씨가 따뜻해서, 다들 이곳으로 오고 난 뒤엔 꽤 건강해진 편이지. 다른 곳에 있었을 땐 단원들이 단체로 병에 걸려서 쉬었던 적도 많거든.
[player]극단에선 젊은 사람을 모집할 계획은 없는 거야? 아, 오해하진 말고 들어 줘, 나이 많은 단원들이 어쨌다는 게 아니라…… 그냥 무거운 걸 옮긴다던가 하는 힘든 작업은, 역시 젊은 사람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
[사라]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조금 어려워.
[사라]Soul은 과거엔 명성이 있는 극단이었지만, 지금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오래된 극단이야. 그래서 이런 곳은 젊은 사람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이 부족해.
[사라]게다가, 극단의 재정 상황은 현재 인원들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고작이라, 신입을 뽑을 여유가 없거든.
[player]그렇구나, 방법이 없네.
[사라]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어. 나이 많은 단원들을 자르고 새로운 사람들을 뽑으라고 얘기한 사람도 많았거든. 근무 환경을 젊게 만들라나…… 물론 그러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player]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효과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사라]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player]물론 이성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이성만 가지고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아.
생사가 달린 상황이 아닌 이상, 인간이라면 결코 '무익'하다 할지라도 무언가를 냉정하게 끊어내기란 어렵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player]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간섭할 바는 아니겠지. 사라는 단장이니까 따로 생각이 있기도 할 거고.
[사라]이성과 감정인건가…… 후훗, 사실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어~ 나한테는 자격이 없기도 하고.
[player]자격이 없다니?
[사라]내게 있어 Soul은 마차와 같아. 우린 그저, 인연이 닿아서 같은 차를 타게 된 것뿐이야.
[사라]그리고 모두들 자신의 의지대로 차에 오른 셈이니, 언제 이 여행을 끝낼지 역시도 자신의 마음에 따라 달린 거겠지. 누구도 붙잡을 수는 없어. 그건 서로에 대한 존중이니까. 나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단장이라 한들 한 명의 승객에 불과해.
[player]그 말도 맞아…… 하지만 사라는 단장이니까, 조금은 특별한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
[사라]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예를 들자면, 내가 마차의 맨 앞에 앉아 있고, 손에 채찍이 들려 있는 정도? 후훗……
[사라]우리 모두가 이 마차에 탑승하고 있기으니까 'Soul'인 거지~ 사람을 바꿔서 해결될 문제라면, 그냥 내가 마차를 갈아타는 게 더 편할 거야. 하지만 난 아직 이 마차에서 내릴 생각이 없어.
[사라]하지만 단장으로서 이 여행을 얼마나 더 이끌고 갈 수 있을지는 나도 몰라. 어쩌면 마차가 강제로 멈춰서기 전에, 내 자신의 여행이 먼저 끝날지도 모르지. 방금 말 했던 것처럼, 나 또한 그저 승객에 불과하거든.
[사라]그러니 나처럼 이렇게 책임감 없는 단장이, 어떻게 단원들의 거취를 결정하겠어? 난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저 이 여행이 종착역에 다다를 때까지 춤을 출 뿐. 다른 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거야.
[사라]게다가……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모든 극단들이 나처럼 무대에서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걸 용납하지는 않을 거거든.
[player]……내 생각에 넌 이미 충분히 책임을 지고 있어. 댄서는 댄스에 집중하는 게 맞지, 게다가 이 여행도 어쩌면 네가 댄스에 심취해 있기 때문에 계속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고.
대부분은 스스로의 일만을 처리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다른 것들은 사라의 말처럼,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사라]"댄서는 댄스에 집중해야 한다"라, 고마워. 마음에 드는 말이야. 어쩌다 보니 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나. 그래서 첫 무대는 어땠어?
[player]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무대에 오르고 공연에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긴장이 풀렸달까, 점점 재밌어졌어.
[player]믿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외발 자전거를 타면서 넘어질 뻔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어떻게 넘어져야 더 재밌을까'였거든.
[사라]어라, 그런 생각을 하다니. 아무래도 무대 체질인가 봐!
[player]하하, 칭찬 고마워! 그래도 가장 즐거웠던 건 사라랑 같이 춤을 추는 거였지, 그건 팬에게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인걸.
[player]이왕 가면까지 받은 거, 다음에 또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날 다시 불러 줘. 그리고 사람이 모자라면 언제든 얘기해, 이한시의 날씨가 아무리 좋다 한들, 나이 드신 분들은 언제든 또 상태가 나빠질 수 있는 법이니까.
[player]……
[player]……왜, 왜 갑자기 조용해져, 혹시 내가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
[사라]아니. 그냥, 당신처럼 이상한 사람은 처음이라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다니.
[player]이상할 거 없어, 왜냐면 난 사라의 댄스가 좋으니까.
[사라]단지 그것뿐?
[player]그걸로는 부족한가? 난…… 네 여행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Soul이 결국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언젠간, 네 댄스를 다시는 못 보게 될지도 모르잖아.
[player]그러니 걱정해 봤자 소용없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마차'가 더욱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네 공연을 더 많이 봐 두는 것뿐이야. 너는 네 나름의 방식대로 노력하고 있으니까, 나도 내 방식대로 널 돕고 싶어.
[사라]고마워. 그럼 앞으로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부디 도와줘.
[player]'부디'까지 붙여가면서 말할 필요 없잖아.
[사라]후훗, 잠시 후에 생일을 축하할 겸 식사하러 갈 예정인데, 당신도 같이 가요.
[player]오예, 생일 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니.
아, 생각해 보니, 중요한 말을 아직 안 했다.
[player]사라.
[player]응?
[player]생일 축하해.
[사라]어라, 오늘 들은 말 중에 가장 기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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