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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꽃이 피길 기다리다

category story ending Body bond level
니노미야 하나 스토리의 조용히 꽃이 피길 기다리다 조용히 꽃이 피길 기다리다 "원예부에 온 걸 환영해, 니노미야. 잘 됐다, 올해는 신입 부원이 없을 줄 알았어."
부장이 입부 신청서를 받아드는 걸 보자, 하나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줍지만 진실되어 보이는 부장의 미소를 보며 그녀는 죄책감을 느꼈다. 하나는 마
음속으로 기도하듯 자신의 '불순'한 입부 사유에 대해 사죄하고 있었다.
개학식 날, 교장 선생님께선 이번 신입생들은 모두 동아리 활동에 참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학생들은 기뻐했다. 동아리 활동이 선생님의 연장 수업보다는 낫겠
지만, 하나에게 있어선 눈앞이 깜깜해지는 소식이었다.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그녀는 삼 년 내내 학교가 끝난 뒤 조용히 집에 갈 수 있길 바랐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귀찮다거나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심지어 그녀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 중 '찬란한 청춘'이란 말에 약간 마음이 흔들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찬란한 청춘…… 같은 건 나처럼 공기 같은 사람이랑은 어울리지 않잖아."
하나는 입부 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소외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고 있었다. 만일…… 어느 날 누군가가, 하나가 다른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
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어색한 미소로 이야깃거리를 찾아 말을 거는 상황이 그려지니,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심사숙고 후,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부를 끝마칠 무렵 하나는 사람이 비교적 적은 부실들을 살펴보며, 최종적으로 가장 사교 활동이 필요 없을 것 같은 부를 선택했
다.
모집을 담당하는 부장은 내향적으로 보였다. 다른 부에서 적극적으로 신입생들을 모집할 때, 그녀는 신입생들이 물어올 때만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해 주고 있었다.
입부 동기는 불순했지만, 하나는 동아리 활동을 게을리하진 않았다. 분명 모범적인 신입이라고 불릴 만했다.
가끔 다른 사람에게 화초에 대한 지식을 묻는 걸 빼곤, 나머지 시간엔 오로지 자신의 일에 집중했으며 다른 부원들도 각자 할 일을 해서, 그녀가 무리에 잘 어울리
는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듯 서로 간섭하지 않는 분위기야말로, 바로 그녀가 원하던 것이었다.
만화 같은 상상을 전혀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사람이 적은 동아리일수록 서로 똘똘 뭉쳐서, 존재감이 없는 자신조차도 우정이 가득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 하지만 그것은 역시 만화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선배님들 먼저 들어가세요, 나머지는 제가 처리할게요."
이날, 하나는 평소와 같이 다른 사람들을 보내고 홀로 남아 남은 일을 처리했다. 그녀가 주도적으로 이 임무를 자처한 것은 이후의 그녀의 개인 시간을 위해서였다.
……도구들을 정리한 뒤, 그녀는 자신이 돌보는 분재 옆에 앉아 책을 펼쳤고, 이어서 석양 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빛은 식물의 잎사귀를 넘어 아직 읽지 않은 한 단락을 비추고 있었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녀가 책을 읽는 이유는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 것이었다. 그녀는 소설 속 주인공에 이입하여 종이 위에 펼쳐진 화려한 삶을 체험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나는 책을 넘기며 작은 목소리로 주인공의 대사를 읽고 있었다. 이런 방식은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도서관이었다면, 하나가 아무리 존재감이 없다 한들 이렇게 자유롭게 할 용기까지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옆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환상을 펼치는 것. 이런 부분만 생각한다면, 원예부에 들어온 것은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꽃, 아주 작은 불꽃만 있어도 인생의 어두운 밤을 밝히기엔 충분하다."
하나는 오늘의 마지막 단락을 읽고서 책을 덮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주전자를 집어 들었다, 떠나기 전 분재에 물을 한번 더 주기 위해서.
하나가 키우는 분재는 보살피기가 어려워 다른 부원들은 별로 맡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나는 주목받지 못하는 이 몇 그루의 분재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어 맡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마음 속엔 오히려 이것들에 대한 기대
감이 더 커졌다.
하나가 부장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바로 이 분재들 중에는 성장 후에 눈에 띌 만한 품종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언제쯤 빛이 찾아오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런 날은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그녀는 불꽃이 되어 그것들의 밤을 비춰 줄 수 있었다.
하나는 그것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수 년간을 참고 견디다 언젠간 역습할 날이 올 수 있길 바랐다.
"응? 이건…… 꽃이 피었나?"
하나는 안경을 닦으며 자신이 잘못 보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기뻐하며 분재 하나에서 봉오리가 살짝 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녀가 피운 '불꽃'이 오기까지는, 아직 2년이나 남아 있었다……
絆レベル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