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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物語: 
絆レベル: 

중학교 시절 학생회장에 당선된 후, 히데키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는 아버지의 엄숙한 모습과는 달리, 미소를 통해 자신을 감추는 일에 익숙했고 아주 뛰어났지만……때로는 예외의 상황도 있는 법.
“방학이라고 할머니 뵈러 왔구나? 어이구, 고작 반 년을 못 봤다고 그새 또 키가 컸네!” 히데키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웃집 할아버지의 우렁찬 환영 인사를 들었다.
이 작은 마을의 열정 가득한 성격의 사람들 덕분에 방학 때마다 매번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곤 했다. 아버지의 엘리트주의에 속박되어 있었던 그에게, 이런 반가운 환영 인사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히데키는 마음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드는 작은 불편함을 애써 무시하면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하하하, 사랑스러운 녀석. 기다려 보거라! 이 할애비가 사탕을 주마!” 이웃들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근처로 가서는 자신의 말썽꾸러기 손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이어서 온 골목에 즐거운 웃음소리가 점점 울려 퍼졌다.
그렇게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다들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히데키는 그의 뒤에서 자신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는 할머니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밖에 있을 때면, 할머니는 언제나 히데키의 체면을 살려 주었다. 집마당에 들어서자 할머니는 그를 멈춰 세우곤 말했다. “히데키, 웃음을 위해 웃지는 말거라.”
“어……”
“사람들이 미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미소가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미소만이 그런 마법을 부릴 수 있지.” 할머니께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웃고 싶지 않다면 웃지 말거라, 이 할미는 네가 더 아름답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항상 보기 좋다는 칭찬만 들어 왔던 그의 미소에 '보기 안 좋다'는 평가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고, 이 일은 아케치 히데키의 마음을 꽤나 답답하게 만들었다. 마당 구석에 놓여 있는 물이 가득 담긴 항아리의 앞에서, 히데키는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좋은 미소'를 만들기 위해 조용히 '연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의 노을이 한층 붉은빛으로 물들 때도, 히데키는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낼 수 없었다. 그는 연습으로 얼얼해진 볼 근육을 문지르며, 넋을 놓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너무 어려워……' 이내 이와 같은 생각들이 그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치.”
“퐁……”
“3삭!”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히데키는 정신을 차렸다. 근처에선 익숙한 단어들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히데키는 이 소리가 마작을 하는 소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작은 이한시 사람 모두가 빠져 있는 오락이었기에, 아버지께서 게임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해도 히데키 역시 마작에 대해서는 간단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히데키는 마작패가 부딪히며 내는 타닥거리는 소리에 홀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가만히 서서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돌멩이 하나가 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으키듯, 그의 마음속에도 벽 너머 세계에 대한 동경의 파동이 일어났다. 히데키 역시도 이 즐거운 일에 함께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엄격함이 마음속 깊이 씌워져 있던 그의 몸은, 그가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딛으려는 것조차 쉽사리 허락해 주지 않았다.
“히데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는지, 집안에서부터 할머니께서 히데키를 찾으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히데키는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집 안으로 돌아갔다. 마치 방금 전 느꼈던 모든 것들을 잊기라도 하려는 듯이.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던 마작패가 바로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히데키는 할머니를 향해 의문의 눈빛을 던졌다.
“배우고 싶지 않니?”
“아뇨……” 히데키는 결코 마작에 대한 동경심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즐거운 놀이일 것이라고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함과 동시에, 그의 본능은 혹여 이 일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마작을 배우는 것을 거부했다.
“마작패의 종류처럼 기본적인 건 대충 알 테니, 오늘은 그 패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알려 주마. 그럼 우선 슌쯔, 커쯔, 또이쯔에 대해 알아보자꾸나……”
“할머니!” 자신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계속 마작에 대해 설명하려는 할머니께, 히데키는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결국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신 건 할머니 혼자 계시면 적적하실까 하는 걱정 때문이지, 결코 놀이나 하면서 놀게 하기 위함은 아니었을 겁니다.”
혹여나 자신이 마작의 유혹에 넘어가 버릴까 두려워 히데키는 마작패에 흥미를 뒀던 눈빛을 끝내 거둬들이고 말았다. 하지만 나를 잘 아는 이로부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히데키의 마음을 간파한 할머니는, 그의 손에 풍패를 하나 호탕하게 쥐여 주며 말했다. “할미는 그저, 네가 건강하고 즐겁게 컸으면 하는 바람뿐이란다. 흥미가 있다면 잘 배워 두고, 네 아비가 어찌 생각할지는 고민하지 말거라.”
'훌륭한 후계자'가 되는 것에 비하면, 할머니의 요구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히데키의 어깨에 올라간 주름진 두 손. 그로부터 전해지는 온기가, 지금 그에게 무한한 용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 정적이 흐른 후, 곧이어 방 안에 히데키의 선명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할머니, 화료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차 한 잔을 마실 시간. 마작 테이블 위에는 자신이 만들어 낸 로컬 역이, 거부할 수 없이 달콤한 사탕처럼 펼쳐져 있었다. 원하는 패가 나온 찰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기쁜 감정이 히데키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활짝 웃었다. 감정을 숨기는 일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린 채.
이 시각, 그는 자신이 마작이라는 게임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할머니는 옆에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히데키, 그렇게 웃어야 예쁘지.”